“농어촌공사는 골프장공사인가”

안성 농민들, 골프장 물 공급한 농어촌공사 항의방문

  • 입력 2017.06.16 10:52
  • 수정 2017.06.16 10:54
  • 기자명 홍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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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안나 기자]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사태로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에도 한국농어촌공사 안성지사가 또다시 골프장에 물을 판 사실이 드러나 농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경기 안성지역 강우량은 2014년 1,029mm, 2015년 897mm, 2016년 765mm로 3년 연속 급감하고 있으며, 올해는 5월까지 누적 강우량이 113mm에 불과해 전국 최대 가뭄지역으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안성의 대형 저수지 17개소를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안성지사(안성지사)가 지속적으로 골프장에 물을 공급한 사실이 드러난 것. 분노한 안성 농민들은 지난 14일 안성지사(지사장 박성진) 항의방문에 나섰다.

우선 말문을 연 이관호 안성시농민회 사무국장은 “이미 2009년도에 상급기관인 한국농어촌공사 경기본부에서 ‘농업용수를 골프장 등에 공급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골프장 물 공급 중단을 지시했다”며 안성지사가 이를 어긴 이유를 물었다. 이에 박 안성지사장은 “신규 골프장 공급 중단 지시가 있었으나 그 이전 계약 골프장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물 공급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 2010년 7월 수원지방법원은 안성의 한 골프장이 안성지사를 상대로 한 ‘농업용수목적 외 사용승인신청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 한 바 있다. 문제는 이 판결 이후 안성지사가 항소도 하지 않은 채 골프장 물 공급을 농업용수 사용보다 우선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안성지사가 항소하지 않은 것은 별도의 압력이 있었거나 골프장 측의 로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골프장 물 공급의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박 지사장은 “계약 만료가 올해로 끝난다. 골프장 측과 직접 만나 계약 만료 이후 연장 중단 의사를 전하겠다”면서도 “골프장 측이 항의하거나 소송을 걸기 때문에 공사에서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생긴다”며 명확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에 안성지역 골프장 신설 반대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최현주 카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장은 “골프장들이 설립허가를 받을 때 저수지 물을 끌어와 용수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허가를 받는다. 결국 안성지사가 골프장 물 공급을 용인해준 것”이라며 “애초에 골프장을 설계할 때부터 저수지 물은 사용할 수 없도록 한국농어촌공사가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유효 저수량이 있을 때 골프장에 물 공급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유효저수량에 대한 판단 기준을 실제 가뭄대책에 필요한 농업용수를 기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안성 17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현재 12.4%에 불과하며 그 중 금광저수지 2.3%, 마둔저수지 1.6%로 바닥을 드러낸 심각한 상태다. 하지만 공사는 저수지가 말라가는 상황에서 유효저수량을 핑계로 골프장에 물을 공급했다.

김종석 안성시농민회 회장은 “지금의 가뭄에 대해 우리 농민들은 골프장에 물을 공급한 공사측의 책임도 크기에 인재라고 생각한다. 물이 없어 모내기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골프장 잔디 가꾸는데 그 귀한 물을 사용했다는 소리를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며 하소연을 한 뒤 골프장 물 공급 즉각 중단과 안정적인 물관리 대책 수립을 당부했다. 농민들의 항의와 하소연이 이어지자 박 안성지사장은 “충분히 농민분들의 의사를 이해했다. 반영해 정책을 세우겠다. 지사장 직을 걸고라도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안성시농민회와 카톨릭농민회 안성시협의회는 △골프장 물 공급 중단 △항구적 가뭄 재발 방지 대책의 조속한 수립 △평택호 등 하천에서 각 저수지까지의 펌핑관로 빠른 시일 내 설치 △당장 시급한 농업용수 공급대책 수립 등의 요구를 항의서한에 담아 박 안성지사장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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