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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민들, 아프지 말거나 대신 해주거나!
  • 구점숙 (경남 남해)
  • 승인 2017.06.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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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구점숙 (경남 남해)]
 

구점숙 경남 남해

이상하리만치 올 봄에는 우리 마을에 다치거나 아픈 분들이 많았습니다. 넘어져서 팔이나 무릎연골을 다치신 분, 갑상선암 치료를 시작하신 분, 게다가 망막이식 수술을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농사철을 앞두고 큰 병원에 다니는 분들이 많이 생겨난 것입니다. 농민들은 몸이 아프면 몸 아픈 것은 뒤로하고 일 걱정에 마음고생이 더 심합니다. 그 힘든 농사일을 대신해 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자식들을 불러 일을 시키기도 하지만 자식이라고 어디 쉽습니까? 그네들도 다 일이 있는데 주말에 불러서 일을 시키자면 이 소리 저 소리 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식들 고생시키는 것이 영 손이 아픕니다. 그럴때면 미우니 고우니 해도 부부끼리 농사일을 한다는 것이 참말로 고맙고 다행한 일이라고 새삼스레 느끼게 됩니다.

부부가 같이 일을 하는 다른 업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농사만큼 부부의존도가 높은 일은 드뭅니다. 농기계를 다루거나 힘쓰는 일은 주로 남성이 하고 섬세한 농작물 관리는 여성이 합니다. 물론이거니와 두 사람의 손이 잘 맞아야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가 있습니다. 일꾼을 쓰더라도 농사일과 일꾼관리를 같이 하려면 역시나 내외간의 손이 맞아야 효율성이 높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의 빈 자리가 매우 클 수밖에요.

키위 수정이 한창이던 때, 연골을 다친 형님이 덜 회복된 몸인데도 워낙 일이 많으니까 들에 나갔나 봅니다. 사실 그 형님이 몇 년 전에 경운기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는 지라 웬만해서는 경운기를 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잘 걷지를 못 하다 보니 어쩔 수없이 남편분의 경운기를 탔더군요. 마음의 상처를 ‘트라우마’라고 하지요? 아마도 그 형님, 필시 경운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을 텐데도 농사일이 워낙 급하다보니 경운기에 올라 탄 것입니다. 그리고는 돌아오는 길에 혼자 힘으로 못 내려 남편분이 안아서 내리는데 그 장면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 순간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 아픔을 누가 알까 싶어 내 마음이 일렁였던 것입니다.

농사일은 몸을 주로 쓰고 여러 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이다 보니 근골격 질환도 많고 사고의 위험성이 높습니다. 50대 이상의 농민들은 허리치료나 어깨·팔목수술을 하는 등 장기치료를 요하는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 노동의 특성이 있는데도 그것을 보완해줄 아무런 제도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부부 중 한 사람이 심하게 아프면 농사를 작파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아프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다 제 복이라고들 생각하겠지요? 실제 그렇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가끔은 농사일이 국가의 대사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멸구가 심한 가을철에 무상으로 멸구약이 나올라치면 ‘아, 국가가 농업을 관리를 하기는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 때를 빼고는 농민들이 처한 개별의 어려움을 국가나 사회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개별의 어려움이 비슷비슷해 사회적 양상을 띠게 되면 그것은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만성적인 농민의 질환은 사회적 손실로서 농업생산에 막대한 차질은 물론, 고된 일을 더 기피하게 돼 농사를 이을 후계구도가 없어지게 됩니다. 당장의 방법이 있을까요? 사람사는 세상에 생겨난 문제를 사람이 해결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농업을 돈벌이로만 보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영농사업단을 운영하면 좋겠습니다. 농민들 중 누군가가 많이 아플 때 비용 걱정 않고 기꺼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영농단 말이지요. 농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농사의지입니다. 농사의지가 있는 농민들에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 국가나 사회가 해야 할 일이 아니던가요? 여성농민에게는 더욱 절박한 문제이지요. 요새 유행하는 ‘일자리 창출’도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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