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최근 LMO(유전자변형생물체) 유채가 전국 56곳에서 잇달아 발견되며 ‘GMO(유전자변형농작물) 청정국’이라는 한국의 별칭이 무색해졌다. 정부는 부랴부랴 긴급격리에 이은 산지폐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덮고 가리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친환경농업계에선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대응이라는 목소리를 내며 민주개혁정부라는 새 정부에 품었던 기대감마저 걷는 분위기다.
결국 LMO 유채 사태에 대응하는 새 정부의 태도는 친환경농민들에겐 친환경농업정책의 미래를 내다보는 기준이 됐다. 친환경농민들이 정부의 이번 대응에 제기한 핵심 문제는 이전 정부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소통의 부재’다. 물론 이제 막 당선 한 달이 지난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에 있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사태로 인해 친환경농민들이 느낀 위기의식을 감안한다면 핑계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LMO 유채 정부 대응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대책을 발표하는 모습과는 큰 차이가 있어 친환경농민으로선 더욱 의아스럽기만 하다. 친환경생태농업으로의 전환과 GMO 표시 강화, 친환경급식·공공급식 확대를 언급한 것 외엔 구체적인 친환경농업 공약이 부족했던 점도 이런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GMO 완전표시제에 대한 시민사회와 농업계 등 사회적 합의가 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GMO 표시제를 강화하겠다”며 한발 뒤로 물러선 점이나 친환경 무상급식에서 ‘무상’이 빠진 점을 친환경농업계가 우려하는 것도 그래서다.
친환경농업계 한 인사는 “옛날 말로 호랑이를 그리려고 해야 고양이가 나오는데, 고양이를 그리려고 하면 쥐새끼도 못 그린다”며 GMO 완전표시제 조차 분명하게 담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그는 “정권 초기라 찬물을 끼얹을 순 없다”면서도 우려감을 나타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꼭 민주개혁정부가 아니라도 전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전 정부 집권기인 지난해에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되는 ‘제4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이 본궤도에 올랐다. 또한 지난해 7월엔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이 출범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2009년을 정점으로 급감하던 친환경농산물 재배면적과 인증농가가 2016년 깜짝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친환경농민들은 아직 침체기에 머무르는 친환경농업이 민주개혁정부에서 순항하길 바라는 기대를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깜짝 반등했지만 지난 10년간 친환경농업이 축소에 축소를 거듭해온 이유와 정부의 소통 부재가 무관하지 않아서다. 새 정부가 소통만 제대로 한다면 친환경농업에 다시 날개를 달 수 있다. 새 정부가 친환경농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여 LMO 유채 정부 대응에 실망한 마음을 추스르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