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직원들이 다 갈라먹더라' 소리는 말자

  • 입력 2017.06.11 21:52
  • 수정 2017.06.11 21:58
  • 기자명 김순재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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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근거로 쉽게 타인에게 모욕을 주는 말들이 있다. 조합장을 하면서 들은 숱한 말들 중에서 ‘농협이 농민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서 생기는 수입들을 직원들이 다 갈라먹고, 주인인 조합원에게는 거의 주는 게 없다’라는 말을 곳곳에서 몇 번이나 들었다. 처음에는 상황을 파악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나중에는 이런 말 하시는 분들은 이미 협동조합에 대해 마음을 닫고 비난만 할 가능성이 많아서 조금은 무디게 대응했다.

원죄가 농협에 있을 수도 있지만 스스로 농협이 그리하도록 한 주인들의 책임도 만만찮기에 사업을 통해서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던 까닭과 설명을 하고나면 조합장이 ‘직원 편든다’는 이야기가 뒤에서 들려왔기에 더 이상은 대응을 하지 않았었다. ‘농협이 … 장사를 해서, 직원들이 … 갈라먹고 …’, 이렇게 시작하는 표현 자체가 상당히 시비조이고 시비 걸기로 마음먹고 하는 이야기에는 대응 방식이 마땅히 없어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할 협동조합은 직원들을 협동조합의 사업내용에 충실하게 복무할 노동자로 양성하는 과정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선 적극적인 교육이 중요하다.

농민조합원이 변화를 늦게 예측했다

1960년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 흐름에 농민이 가장 늦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농업협동조합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여러 조건도 농협 출범 초기에는 열악했던 것으로 보인다.

농협의 고참 직원들이나 퇴직자들이 넋두리처럼 하는 이야기에서 ‘청춘을 농협에 바쳤는데 …’라는 구절도 꽤 들었어야 했고, 지금의 조건은 과거 그 어느 시기보다도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었다. 농업 농민은 산업적으로, 종사자들로서 지속적으로 낮은 비중으로 흘러갔고 상대적으로 매우 힘든 지경에 이르다보니, 은근히 남 탓한다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직원들에게 일시키면 돈줘야하는 거 아닌가요? 협동조합도 한 경영체로서 그 경영체의 종사자에게는 비용을 지급해야하고 이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비용의 수준이 어디에 있느냐는 구성원들이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하고 있을 뿐이다. 농업이 힘들어지면서, 숱한 농협이 망했었다. 힘든 산업에 종사하는 구성원끼리 단결해서 힘을 모아야지, 서로를 불신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농협의 비용에서

농협의 비용에서 직원들이 차지하는 비용부분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다. 조합원들이 보는 시각에 따라서 입장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지금 여러 농협에서 나타나는 직원들과 조합원들과의 대립 양태는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다.

도시형 농협과 농촌형이 심한 편이지만 농협마다 직원들의 임금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비용문제와 관련해 대립하고 있는 곳은 경영상황이 열악한 농협들이 대부분이다.

조합장 재직 시에 직원들과의 대화에서는 조합원의 애로사항들을 거론하며 직원들을 설득하고, 조합원들을 만나면 직원들의 입장을 자주 대변하면서 짧지만 힘든 시간을 보냈다. 농협직원은 협동조합의 종사원이기도 하지만 노동자다. 농민들이 협동조합 내에서 농민의 몫을 주장하듯이 직원들에게는 노동하는 노동자로서의 몫도 분명히 있다.

조합장 2년차가 되던 해에 조합원들에게 직원들을 더 챙겨주자고 설득하고, 직원들에게는 조합원을 먼저 챙겨 주자고 설득하면서 6억 내외의 교육지원사업비를 11억으로 증액 편성하면서 교육지원사업비-생산지원비를 대폭 증가 시켰다. 5억의 교육지원사업비를 증액 집행하려면 그만큼의 사업량을 늘려서 수지를 맞춰야하는데 그 일은 직원들이 이뤄내야 하는 몫이었다.

협동조합의 주인으로 조합원의 대표자인 ‘조합장은 방침을 가지고, 일은 직원들의 몫’이었다. 그 내용이 이뤄진 다음해에는 직원들이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임원들을 설득하여 직원들의 임금을 인상했다. 직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겠지만 초임자들에게 조금 후하게 적용되는 임금 운용의 원칙도 동의를 받아서 단행 했다.

농협의 여러 비용에서 직원들과 관련한 비용이 적은 비중이 아니지만 직원임금에 대해 삭감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면 조직의 전체 사업은 흐트러질 수밖에 없는 정서는 명확하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상황에서는 임금은 적극적으로 더 주고 사업을 공세적으로 진행해가는 틀을 잡아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일을 미루거나 답습만으로 일을 하는 사람

일부의 농민들이 ‘농협 직원들 봉급이 너무 많은 거 아니냐? 좀 깎아라’는 이야기를 할 때, 오죽 답답하면 자식 같은 직원들의 인건비를 깎자고 하겠느냐고 생각하면서도 안타까운 면도 많았다. 농협 내의 여러 사업이 기안돼면 그 사업을 적극적으로 보듬어 일을 해결하려는 직원이 있고, 사업의 내용에서 언저리로 다니며 몸을 사리는 직원도 있다.

조합장 재직 시에 한 번도 밖으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참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을 한 적도 몇 번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농협 조직이 재교육을 시키거나 재교육을 시켜도 안 될 경우에는 일정정도 업무를 배제 시킬 수 있는 구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의 법테두리에서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직원들과 관련된 비용은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공정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현실의 법도 매우 중요하다.

농협이 그리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농협 내에서도 매우 적극적인 직원들이 많이 있다. 일을 미루거나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농협내의 여러 사업들이 조합원에게 유익해지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직원들도 많이 있다.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경쟁력을 갖추다

석회유황합제라는 농약이 있다. 시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하기에는 가격대비 효능이 의심스럽고 농가가 직접 제조하기에는 일손이 많이 들어간다. 단감의 주산지인 우리 지역은 석회유황합제의 소요량이 많다. 우리 동읍농협 같은 경우에는 농협이 나서서 조합원들이 필요로 하는 석회유황합제를 농협에서 공동으로 제조한다.

농협이 시설을 갖추고, 조합원들의 필요량을 조사하고, 유황과 석회를 구입하여 농민들의 필요량을 공동으로 제조를 한다. 조합원들의 요구에 직원들의 발상이 부합해 긍정적인 부분을 만든 것이다. 이 사업은 일 년 뒤에 이웃 농협으로 옮겨갔다. 긍정적인 발상들이 퍼지게 된 것이다.

벼농사를 짓는 지역에서는 직파도 하지만 여전히 벼묘를 많이 필요로 한다. 영세한 고령의 조합원들에게는 벼묘를 생산하는 것도 힘든 일이고 여간 신경 쓰이는 일 아닐 수 없다. 이런 경우에도 동읍농협은 농협에서 벼묘 생산 업무를 저렴한 가격에 전부 대행해준다.

벼묘의 생산은 관련 시설없이 전부 노지에서 진행된다. 특별히 투자된 기계도 없고, 시설도 없으니 농민들에게 공급되는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이 사업은 이웃한 농협들에게 들불처럼 번졌고 공급량은 이미 우리 농협의 스무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석회유황합제의 공동제조나 벼묘의 생산은 직원들에게 주어진 과제의 고민에서 나온 사업들이다.

농협이 농민들의 생산을 지원하는 방법은 다른 농협의 교육지원사업의 사업계획서를 베끼기만 잘해도 모범을 창출하기에는 조합장 임기 10년으로도 부족할 것이다. 어려운 농민, 농협의 사정들은 이해가 되나 직원들에게는 너그러워야 하고 적은 살림이라도 양보하는 마음들을 가지면 농협은 점점 농협다워진다고 본다.

조합장은 방침을, 직원은 실천을

협동조합의 차이가 워낙 많아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농협 내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명확히 직원들이다. 농협이 분과위원회를 통해서 의견을 수렴하고 임시총회를 거치면서 사업이 확정되면, 일상에서 조직을 대표하는 조합장과 임원들은 그 사업들의 세부 방침들을 세워야하고 그 세부방침을 실천하는 것은 오롯이 직원들의 몫이다.

‘직원들이 사업에서 제 몫을 하고 받아 가는가?’ ‘농땡이 치면서 아까운 돈을 받아 가는가?’의 문제는 조합장과 임원들의 책임이다. 건전하게 일하는 직원들은 당연히 제 몫을 가져가야한다. 농협의 수지는 농협의 사업에서 만들어야한다.

협동조합 사업체는 그 스스로의 사업에서 수익을 창출해내야 하는데 직원 임금을 아깝게 생각하지 말고 사업을 통해 직원들을 교육시켜서 협동조합의 사업내용에 충실히 복무할 노동자로 양성해 나가는 과정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한다.

‘닭이 먼저냐? 닭알이 먼저냐?’도 우문우답이고, ‘조합원이 우선이냐? 직원이 우선이냐?’도 우문우답이다. 농민은 농업에 청춘을 묻고 살아 왔지만 농협 직원들의 대다수는 농협에 청춘을 묻고 산다. 농민이 농협직원들의 처우를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것과 농협 직원들이 조합원들에게 편의와 이익을 제공하는 일은 함께 병행돼야한다. 협동조합 내에서 가장 우선할 일은 조합원-직원의 상호간의 배려가 중요하다.

서로를 배려하다보면

어느 날 출근을 해서 어떤 직원을 찾으니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목이 부어 있고, 콧물을 줄줄 흘리고 있어, 책임자에게 지시(?)해 병원으로 보낸 적이 있었다. 노지 벼묘를 육묘하는 사업장에서 인부들을 목소리 높여 일 시키다가 그리 된 것이었다. 육묘장에서 일하던 직원이 안보여서 찾아보니 병원에서 링겔을 맞고 있는 직원도 있었다.

농민에게는 일상화 된 노동이 농협직원에게는 무척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농민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니 우리 지역의 노인회 어른들이 농협의 공동묘판 사업 복무자들의 회식을 위해 거금 30만원의 금일봉을 하사한 일도 있었다. 모두가 농협에서 후원을 받으려고 하는데 노인회에서는 농협에 후원금을 보내며 ‘농협 사업에 우리가 너무 편하게 되었는데, 고맙다’고 하셨다.

직원들의 인건비, 적극적으로 줘야하고 깎자고 하면 안 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의 여러 희망사항 중에는 보직에 대한 희망, 진급에 대한 희망, 급여에 대한 희망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급여에 대한 희망이다. 그 희망을 꺾어가며 농협에 종사하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협동조합의 주인인 조합원이, 종사자인 직원들이 다 갈라 묵더라, 소리는 하지 말자. 꼭 그러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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