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농가소득이 문제다

  • 입력 2017.06.10 22:20
  • 수정 2017.06.10 22:2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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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국지적으로 쏟아진 우박을 운 좋게 피했다. 아무런 상처 없이 가뭄을 달래는 단비를 맞은 고춧잎은 싱그러웠다. 지난 7일 경북 봉화군 소천면 서천리의 한 고추밭에서 정병태(68)씨가 고춧대를 줄로 잡아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우박을 피한 고추를 잘 키워 수확할 즈음, 정씨는 손에 쥔 고춧값을 두고 웃을 수 있을까.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은 2016년 1월 1일 ‘농가소득이 문제다’라는 제목으로 신년특집호를 발행했다. 당시 대부분의 농산물 품목들이 2~3년 동안이나 폭락을 거듭하면서 농민들은 극심한 소득불안에 시달렸다. 신년특집호에선 학계와 농민들이 제시하는 가격지지·소득지지 정책을 소개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그 이후의 1년은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처절한 농업 현실을 더욱 철저하게 외면했고 성난 농민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박근혜 탄핵 투쟁의 선봉에 섰다. 그 1년에 다시 6개월이 지나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 지금, 우리는 당시와 똑같은 가격지지·소득지지 정책을 외치고 있다. 아직도 농가소득이 문제인 것이다.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쌀과 고추, 양파와 생강은 어김없이 폭락을 맞았다. 배추·무, 마늘 가격이 모처럼 호조를 맞았다지만 언제 다시 폭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태다. 개방농정으로 인한 수입 농산물 범람은 만성적인 공급과잉 상황을 만들었고 설혹 농산물 값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몰린다. 농민들을 둘러싼 모든 환경과 사회 분위기가 농가소득을 악착같이 땅바닥에 붙들어매고 있다.

땀흘린 만큼 얻는다는 말을 농민들보다 더 야속하게 느낄 사람들이 있을까. 농가소득을 높이는 문제는 이미 농민들의 노력 여하를 떠난지 오래다.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정책으로 농가소득을 지지해야 할 때다. 더욱이 농업·농민의 상황을 이 지경까지 내몬 것은 바로 농업에 대해 무관심과 홀대로 일관해 온 정부가 아닌가.

해마다 폭락을 반복하는 농산물 가격으로 농가소득이 점점 불안정해지는 양상이다. 경북 영양의 한 농민이 최근 몇 년의 고추 도매가격 통계를 컴퓨터 화면에 띄워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업분야에도 많은 정책이 있다. 유통구조 개선도 좋고, 농협개혁도 좋고, 수출이니 6차산업이니 스마트팜도 좋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농가소득 문제는 눈썹에 떨어진 불이다. 당장의 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농업 아닌 어떤 산업이라도 계속해서 영위할 재간이 없다. 이미 농가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농촌엔 학교가 사라지고 농협이 통폐합되고 있다. 그들만 사라진다면야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농업의 부실화는 식량주권의 상실과 국가의 붕괴로 이어진다. 농가소득을 등한시해도 될 만한 이유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천만 다행으로 농업을 한껏 등한시하던 나쁜 정부가 막을 내렸다. 문재인정부는 앞으로 지난 정부의 과오를 청산하고 그동안 소외됐던 사람, 소외됐던 분야들을 보듬어야 할 책무를 안고 있다. 그리고 농민들은 아직까지 대통령의 따뜻한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농산물 가격을 지지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책임있는 정책. 더불어 농가소득을 직접적으로 지지하기 위한 농업직불금의 현실화. <한국농정>은 지난 2016년 신년특집호에서 제시했던 의제들을 다시 한 번 꺼내든다. ‘아직도 농가소득이 문제다’. 1~2년 뒤, 혹은 5년 뒤에는 부디 똑같은 제목이 다시 등장하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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