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형편없는 농산물값은 농민에 대한 ‘사회적 괄시’
문재인정부, 보다 적극적인 가격지지 정책 필요

  • 입력 2017.06.10 22:17
  • 수정 2017.06.10 22:1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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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가소득이 문제가 되는 본질적인 원인은 농산물 가격 하락에 있다. 특히 시장개방을 기점으로 농산물 가격은 거의 모든 품목에서 폭락 빈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농민들은 생산비 이하의 수취가격에 시름하고 있다. 정부의 가격지지 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농민들의 요구는 수 년째 벽에 가로막혀 있는 실정이다.

농산물 수급안정 및 가격지지를 위해 정부가 펴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은 ‘계약재배’다. 계약재배는 잘만 운영하면 농가의 소득·판로를 어느정도 안정시킴과 동시에 품목별 산지가격을 선도하는 역할까지 해낼 수 있다.

그러나 계약재배는 지난 20여년의 운영기간 동안 극명한 한계를 노출했다. 사업주체인 농협은 민간 유통업체들에 대한 시장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농민조합원과 유통시장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때론 심각한 적자에 허덕였다. 계약재배 확대라는 농업계 공통의 간절한 구호는 조금의 진전도 이루지 못한 채 지금까지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새로이 ‘생산안정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생산안정제는 약정을 맺은 농가에 시세와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가격을 보장하고, 대신 정부 수급조절 협조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다. 계약재배에 비해 좀더 가격안정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이 제도는 도입 취지 자체가 소비자 관점의 수급조절 성격을 띤다.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참여농가에 생산·출하조절을 요구하는데, 사업물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는데다 농민들의 반응이 시큰둥해 사업물량을 늘리기 힘든 처지다.

농민단체 일각에선 그래서 좀더 적극적인 가격지지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 전농)이 주장하는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가 대표적이다. 과거 수매제의 폐지는 사실상 농산물 가격을 시장기능에 맡기는 성격이었으므로, 적어도 주요 농산물에 대해선 국가가 수매해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펴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해까지 지자체 차원에서 의욕적으로 태동하던 최저가격보장제 또한 주목할 만한 대안이다. 정부의 가격지지 정책에 한계를 느낀 지자체와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조례를 제정, 품목별 최저가격을 설정해 폭락 시 차액을 보전하고자 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거나 주도한다면 전국적인 농산물 가격안정에 혁신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2011년부터 요구됐던 국가수매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받았으며 결실을 코앞에 뒀던 최저가격보장제는 돌연 정부의 지침에 의해 동력이 꺾이고 말았다. 9년만에 정권이 교체된 지금에 이르러서야 농민들이 정부의 가격정책에 다시금 한 줄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농산물 가격은 농가소득과 직결될 뿐만 아니라 농민의 노동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이기도 하다. 바닥을 치는 농산물 가격은 농민에 대한 사회적인 괄시며 국가가 책임지고 안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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