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스마트팜, 이게 최선입니까?

  • 입력 2017.06.10 14:20
  • 수정 2017.06.12 10:09
  • 기자명 정은정 <대한민국치킨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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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끝물 아닌가 하면서도 먹방의 위세는 여전하다. 스타 셰프들은 입담과 외모 등 각자의 트레이드마크를 갖고 움직인다. 그중 ‘샘 킴’이란 요리사는 ‘자연주의 요리사’라는 별호가 붙어 다닌다. 국제구호 문제나 요리 재능 기부 행사에도 종종 얼굴을 비춰왔고 서울시친환경급식 홍보대사이기도 하다. 귀한 재능을 사회에 기여한다면 멋진 일이다. 샘 킴 셰프는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레스토랑의 식재료로 써서 자연주의 요리사로 알려졌다. 얼마 전에는 KBS 교양프로그램 ‘명견만리’에 ‘농사의 재발견’ 이란 주제로 음식의 근간은 농업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과잉생산 하면서 가격조절을 하느라, 애써 수확한 청양고추를 폐기하는 농민의 시름도 비춰줬다. 뜨거운 날씨 때문에 강원도까지 사과 농사를 지으러 가는 과수 농가의 사례도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누가 될지도 관심 밖인데 공중파에서 ‘식량자급률’이나 ‘애그플레이션’ 같은 말들을 스타 셰프의 입을 통해 전달받으니 어쨌든 고마웠다.

그런데 이 자연주의 요리사가, 아니 제작진이 재발견 한 농사는 ‘스마트팜’이다. 흙, 햇빛, 바람 없이도 채소를 기르는 미국의 식물공장 ‘에어로팜’이나 컨테이너형 농장인 ‘스퀘어 루츠(Square roots)’를 촬영해서 보여줬다. ‘투잡’으로 농업에 뛰어든 미국의 젊은 회계사의 중요 농기구는 스마트폰이다. 그리고 미래 산업인 농업에 젊은이들이 도전하라 말한다. 스마트팜이란 정보 산업과 농업을 접목시켜 고도의 기술을 집적하는 농업 방식이다. 요즘말로 4차 산업혁명의 일환이기도 하다. 실제로 기후변화가 농업생산에 영향을 미치면서 스마트팜에 많은 기술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니 푸르덴셜이니 하는 금융회사가 투자를 하기도 한다. 직관하자면 스마트팜이란 일종의 시설재배다. 스마트기기로 연결하여 외부통제 수준을 더욱 정밀하게 만들어 자연을 완벽히 배제할 수 있는 식물 공장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단순해 보이는 지금의 시설하우스도 돈 먹는 하마다. 해마다 정비해야 하는 시설과 연료, 종자, 농약 값을 비롯해 유통비용의 문제를 스마트팜은 해결할 수 있을까. 한두 명의 농민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2013년 동부팜한농이 지으려던 화성 화옹간척지 유리온실과 2016년 LG CNS가 새만금에 만들겠다 했던 것 모두 식량의 미래를 걱정하며 지으려던 스마트팜이었다. 

과잉생산과 수입농산물로 가격이 폭락하여 시름하는 농민을 비추다가 갑자기 스마트팜에서 우리의 먹거리 미래를 점친 것이 어설프긴 했지만 매체를 비평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다만 먹거리의 미래를 자본과 과학 기술에 맡기자는 환상을 심어준 것이 최선일까? 오히려 지금의 농업 현실을 만들어낸 ‘적폐’를 청산하여 농촌을 정상화 시키려는 노력이 먼저다. 

남도 농촌의 터미널에서 할머니 한 분이 스마트폰으로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 하셨다. 번호는 외우지만 다이얼을 불러오는 방법을 모르셔서 맘대로 전화도 못하고 계신단다. 누르는 느낌도 없어서 자꾸 잘못 누르신다며, 폴더폰을 쓸 때는 ‘암시랑토’ 않았는데 스마트폰 때문에 바보가 됐다며 민망해 하셨다. 폴더폰이 더 유용한 세상이 아직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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