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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기에 확산되는 공포부터 막아라[연재기획] 우리 축산의 대안을 찾다
소독해도 피할 수 없는 AI, 공기감염 의심 가득한데 관련 연구 없어
“채취 시료 연구과정 투명화 및 기초연구 인력 방역연구로 전환해야”

2017년, 우리의 축산은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공연한 수식어가 아니다. 가축질병, 수급불안, 무허가축사 적법화, 기업의 축산업 진출, 수입축산물의 거센 도전 등 만만치 않은 현안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급한 불을 끄는데 매달리다보면 등 뒤에서 태풍이 불어 닥친다. 축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는 규모화, 산업화가 이제 축산농가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본지는 축종별 현안을 넘어 축산 전체를 아우르는 화두를 던지려 한다.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축산의 미래를 걱정하는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시도다. 일대 전환점을 맞은 축산이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혜안을 통해 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1. 방역체계 현장부터 돌아보라

① AI발생 반년, 사지로 몰린 오리농가

② 현장 지키는 방역사, 내일은 있는가?

③ 모르기에 확산되는 공포부터 막아라

④ 축산방역, 근본부터 뜯어 고치자

[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지난해 11월 AI 의심축 신고가 들어온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한 오리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하기 위해 가스를 주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AI 발생의 주범인 철새는 떠났는데 또다시 AI가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2일 제주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된 후 긴급히 방역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는 올 초 3개월 동안 공무원 700여명을 매일같이 회의에 소집해 AI·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했지만, 예방 능력은 갖추지 못한 채 축산농가의 신고에 의존해 방역조치만 하는 악습을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철새가 원인인줄로만 여겨, 여름에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상식처럼 알려져 있던 AI가 6월에 발생했다. 문제는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잘못된 원인 분석으로 올바른 예방방법과 대응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의 농가 사이에서는 AI가 농장 간에도 공기로 감염되는 것은 아닌지, 구제역은 야생동물이 매개가 돼 전염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지만 특별한 대책도, 의구심을 풀어주는 이도 없는 상황에서 축산농가들의 불안감만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말 아무리 소독을 해도 AI를 피할 수 없자 가금농가들은 AI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는 주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검역본부는 AI 바이러스의 공기전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못 박았다. 깃털 등 매개체에 묻은 바이러스가 바람에 날려 인근 농장으로 유입되는 등 ‘매개체에 의한 전파’는 가능하지만, 바이러스가 공기 중 바람에 날려 전파될 가능성에 대해 정설로 인정받은 논문은 없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손한모 검역본부 조류인플루엔자예방통제센터장은 “AI 바이러스의 공기전파는 현재까지 어떤 논문에도 정설로 인정된 바가 없는 내용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공기감염에 대한 이야기가 존재하고는 있다. 공기감염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기존과 다른 사실을 밝혀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으면 AI 바이러스의 공기전파가 정설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홍식 동물질병관리부 역학조사과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가축질병에 대한 역학조사위원회를 7월부터 열 계획이었으나 6월 초 AI가 다시 발병함에 따라 정확한 시기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역학조사는 공기감염 같이 몇 가지를 특정해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추정되는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좁혀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공기감염이 역학조사에 포함됐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질병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찾아내기 어렵다. 그래서 역학조사를 통해 상관관계를 축적하거나 이미 확립된 이론에 결부해 인과관계를 해명한다. 현재 가축질병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곳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유일하다.

2003년 국내에 처음으로 AI가 발생한 이후 1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런 전문적 의혹을 축산농가가 직접 제기해야했고 관련 연구도 이뤄지지 않아 의문으로만 남겨져야 했다. ‘그간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왔는지, 검역본부의 연구과제와 그 검토과정에 검증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등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 역학조사는 채취한 시료를 검역본부가 단독으로 연구·분석해 그 자료를 교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역학조사위원회에 보고만 하는 형식이었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채취한 시료를 연구한 데이터를 역학조사위원들에게 공유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검역본부의 역할을 외부의 전문가들과 일정부분 공유하고 있지만, 핵심은 여전히 채취한 시료를 외부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분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시료 연구과정을 투명하게 해 AI의 원인이 철새라는 등의 거짓말을 다시는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가축질병이 예방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검역본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기초연구를 최소화하고 방역연구에 연구 인력을 집중하는 것과 상시방역 체계를 구축하고 농장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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