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세상에 이런 장사 없습니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소득, 농사만으로 생활 할 수 없어
가격하락 초래하는 농산물 수입 대폭 줄여야

  • 입력 2017.06.09 23:44
  • 수정 2017.06.09 23:45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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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30년이 넘도록 농사를 지어온 농민 유기재(60)씨는 4,000~5,000평 규모의 고추밭을 올해 200평으로 대폭 줄였다. 정부의 개방농정과 그로 인해 해마다 반복되는 가격하락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만난 유씨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건고추 화건 도매가격표를 직접 인쇄해 보여줬다. 2017년 기준 1근당 가격 5,625원, 1996년 가격 4,522원. 엄청난 물가상승률에 비해 형편없는 가격 차이였다.

유씨는 “22년 전 인건비는 1만원이었다. 지금은 사람 1명을 쓰려면 7만5,000원이나 드는 데 고추 값은 똑같다”며 “고추의 경우 노동력이 특히 많이 들어가는 데 생산비도 안 나올 만큼 가격이 하락해 소득은 몇 년 전부터 완전 적자”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 농경연)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고추 밭 약 300평당 노동투입시간은 164시간으로 마늘(124시간), 양파(98시간) 등 다른 작목들에 비해 현저히 높다. 이는 정식과 수확 등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어 노동투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어 유씨는 “농식품부가 산정한 생산비에는 토지임대료는 물론 자가 노임이 포함되지 않기도 한다. 자기 땅에 자기가 농사짓는다고 생산비에 이를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 경우냐”며 “세상에 이런 장사는 농업 말고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7년 전 귀농해 인근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안홍추(52)씨 역시 연속된 가격하락 탓에 그저 답답한 심정 뿐이다. 안 씨는 “농사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다. 1년을 쉬지 않고 농사지어도 최저임금조차 벌지 못 한다”며 “농번기가 아닐 때에는 근처 공사장에서 일을 하는 게 오히려 소득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7년 기준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 6,470원으로 일급 환산시 8시간 기준 5만1,760원이며, 월급으로는 주 40시간제의 경우 135만2,230원이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른 2016년 농가평균 농업소득은 1,006만8,000원으로 월 소득으로 따지면 83만9,000원에 불과하다. 농업으로는 최저시급도 벌지 못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또한 안씨는 정부의 안일한 수입물량 확대에 대해서도 거침없는 쓴 소리를 내뱉었다. 안씨는 “우리나라 농산물 가격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해 결정되는 실정”이라며 “의무수입물량은 어쩔 수 없지만 중국산과 국산 가격차이가 얼마 나지도 않는데 왜 자꾸 수입물량을 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저율관세할당량(TRQ)은 매년 7,185톤이 배정돼 있지만 이는 전체 고추류 수입량의 10% 미만 수준이다. 또한 2016년 11월까지를 기준으로 한 중국산 건고추 600g당 국내 판매가격은 6,310원으로 2016년 12월 기준의 국내산 건고추 도매가격인 6,086원보다 비쌌다.

2017년 건고추 수입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산 공급량의 경우 이월 재고로 전년 동기보다 많아 도매가격은 전년 또는 평년보다 낮고 2016년 12월 도매가격과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밝지 않은 전망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수입물량 조절을 통해 농산물 가격이 회복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농민들의 요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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