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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돼지농장으로 출근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주한 반려묘 ‘찡찡이’의 화장실을 직접 치우는 사진이 화제였다. 소탈한 대통령의 모습은 문 대통령에 ‘집사’란 친근한 별명도 안겼다. 또한, 반려동물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적 인식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우리 축산을 바라보는 인식은 어떤가. 축산은 식량주권을 지키는 하나의 축인데도 축산인과 축산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는 그 중요성에 미치지 못했다. 비단 돈의 문제가 아니다.

축사를 직접 관리하는 ‘노동’과 반려묘의 화장실을 치우는 ‘생활’ 사이의 사회적 처우는 너무 크게 벌어져 있다. 이 간격은 사회적으로 정당한 것일까. 이날 분만사의 모돈 스톨 사이에서 분을 치우며 그 답을 몸으로 찾아보려 했다.

지난달 31일 기자농활을 수행하려 충남 홍성군 성우농장(대표 이도헌)을 찾았다. 이 대표는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의 저자로 금융전문가에서 지역과 상생을 고민하는 축산인으로 전환한 인물이다. 그가 운영하는 성우농장은 사육두수 7,400두(모돈 520두) 규모의 농장으로 PSY 30두에 가까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 무너진 건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틈틈이 분만사를 나와 쉬었지만 냄새와 돼지들의 울음소리, 쏟아지는 분뇨, 그리고 새끼돼지들의 생사가 오가는 모습은 보통 마음가짐으로는 견디기 힘들었다.

모돈이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분을 치우는 건 할 수 있었다. 다만 몇몇 모돈은 낯선 사람에 놀라서인지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시야 사이에서 사라지면 잠잠해졌다. 고비는 축사 바닥에 엎드려 사료통 주변에 떨어진 사료를 청소하는 작업이었다. 캄캄한 바닥에서 분과 사료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엎드린 바닥 틈으로 지하에 모인 분뇨들이 보일 때는 두렵기까지 했다.

농장 직원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분뇨를 치우고 사료급이를 관리하고 인공수정 작업을 하고 그리고 새끼돼지들의 생사를 살폈다. 갓 태어난 새끼돼지는 신문지 더미로 몸을 말리고 탯줄을 잘라준다. 그리고 모돈과 다른 새끼돼지들이 다치지 않게 이빨을 자른다.

성우농장은 직원 8명 중 1명만 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다.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으며 5년 이상 근무하면 자녀에겐 대학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 노동 강도가 높은만큼 처우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다.

오후엔 성우농장이 이웃한 원천마을과 함께 마을사업으로 모색 중인 한국재래돼지 방목장을 둘러봤다. 성우농장은 올해 경북 포항시 송악농장(대표 이한보름)에서 재래돼지 5두를 받아 이 방목장에서 사육하고 있다.

피재호 성우농장 이사는 “농지로 쓰긴 어려운 땅에서 돼지를 방목하면 벼농사보다는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 대다수 마을주민들이 영세고령농이라 마을사업으로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짧은 농활로는 답을 찾을 순 없었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아마 나처럼 쉽게 지치지 않고 현장에 뿌리를 내려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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