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 자’가 없을 미래

  • 입력 2017.06.04 22:58
  • 수정 2017.08.02 11:5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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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반갑고 부럽습니다… 여러분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가톨릭농민회 50년사 출판기념회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축사를 하며 가장 먼저 꺼낸 말이다. 옛 동지와 지나간 동지, 그리고 오늘의 몸부림치는 동지까지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처음 보았다며, 정현찬 현 가농 회장에게 정말 부럽다는 농담 같은 진담도 건넸다.

촛불의 승리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가장 감격했을 이의 목소리엔 기쁨이 묻어났다. 거기에 큰 힘을 보탠 농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누구보다도 자랑스러웠을 터.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목숨을 걸고 여러분이 앞장선다면 뒤에라도 따라가겠다는 85세 노장의 우렁찬 외침은 그의 지난 투쟁을 직접 목도하지 못한 손자뻘의 나에게조차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의 발언과 ‘산 자여 따르라’라는 구절이 머릿속에서 교차하며 경외감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한편으로는, 다시 30년이 지났을 때도 농민운동이 맥을 잇고 있을까하는 걱정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기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듣는 농민의 아우성들, 가장 자주 듣는 절박한 이야기 중 하나는 ‘사람이 없다’는 호소다. 특히 젊은 농민은 거의 천연기념물이 돼가고 있다. 농민들은 세상이 천대하는 자신의 업을 쉽사리 자식에게 물려주지 못하고, 귀농하는 사람들 역시 ‘비빌 언덕’을 찾지 못하거나 혹은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에 몸부림치다 몇 년 버티지 못하고 결국 다시 도시로 떠나가곤 한다.

죽은 자만 있고 산 자가 없을 미래의 농촌에서 ‘산 자여 따르라’를 외칠 수 있을까. 어느 때보다도 당당한 이 시대의 농민들이건만, 유산을 물려주고 과제를 이어받을 후손을 찾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나 애처롭다. 농민은 아니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적는 한 사람의 젊은 ‘산 자’가 조금이나마 힘이 되기를, 그리고 그런 젊은이와 농부를 키우는 농정이 새 정부에선 이뤄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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