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수입당근 전쟁’ 한 숨 돌리나

수입당근 상장예외, 논란 뒤로하고 이달부터 적용
반발했던 제주 당근 출하자들, 조건부 수용키로
도매법인은 ‘원천무효’ 입장 고수, 법적대응 준비

  • 입력 2017.06.04 01:05
  • 수정 2017.06.04 01:0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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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락시장이 수입당근을 경매 없이 유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강력하게 반발했던 제주지역 출하자들이 일단 한 발 물러나면서 예정대로 지난 1일부터 수입당근에 상장예외 적용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갈등이 해결된 것은 아니어서 앞으로 이해주체들 간 장기적 공방이 예견된다.

수입당근은 도매시장 반입 이전에 이미 가격이 어느 정도 결정돼 경매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형식적인 경매는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발생시켰고, 이는 도매시장의 대외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시(시장 박원순)는 이에 시장관리운영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수입당근 상장예외 허용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출하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상장예외 허용으로 수입당근 소매가격이 낮아지면 국산 당근이 악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산 흙당근과 수입산 세척당근의 시장이 엄격히 분리돼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적어도 국산 세척당근 출하가 늘어나는 공급과잉 시기엔 국산-수입산 간 직접 경쟁이 발생한다.

아직 논란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가락시장이 수입당근 상장예외를 시작했다. 사진은 제주의 한 세척장에서 당근을 세척·포장하는 모습. 한승호 기자

제주 지역농협과 제주당근연합회(회장 김은섭) 등 주산지인 제주 출하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제주 지역구 위성곤 의원(서귀포시)도 팔을 걷어붙였다. 서울시 담당직원들이 국회까지 찾아가 해당 사안을 자세히 설명했으며, 지난달 29일 위 의원 주재로 제주지역 생산자단체와 농협, 농식품부·서울시·제주도 담당직원 등 10여명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장장 2시간 30분 동안의 간담회에서 결국 출하자들은 두 가지 조건하에 합의를 결정했다. 첫째로 경매제의 경우 국산 세척당근 출하가 늘어날 때 도매법인의 적극적인 유통노력을 담보하기 위해 출하자-도매법인 간 유통협약을 체결하는데, 상장예외거래 또한 이에 준할 수 있도록 출하자-중도매인 간 유통협약을 맺자는 것이다. 둘째는 오는 11월까지 수입당근이 국산 당근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내년 상장예외품목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출하자들이 서울시의 입장에 공감한 것은 아니다. 고광덕 제주당근연합회 총무는 “이미 상장예외 허용이 결정된 것을 뒤엎기는 어렵다 생각했고, 연말까지 운영해본 뒤 문제가 있으면 다시 의무상장으로 전환한다기에 일단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심 내년 1월 의무상장 복구를 염두에 두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긍정적인 점이라면 상장예외 적용을 코앞에 두고 긴박하게 전개됐던 논란이 좀더 여유롭게 이뤄질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앞으로 약 6개월의 기간 동안 다소 진정된 분위기 아래 이해주체들 간 논의와 설득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도매법인이다. 중도매인이 상장예외 확대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면 도매법인은 직접적인 경제손실을 입게 된다.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지금까지 상장예외로 지정됐다가 상장품목으로 돌아온 사례가 하나도 없다”며 양보없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착실히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도매법인의 가처분신청과 소송 경과에 따라 판세는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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