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민을 만나다⑤] ‘행동하는 청년모임’ 꿈꾸는 경북 영천 4-H

“농촌에 청년도 있다”

  • 입력 2017.06.01 22:27
  • 수정 2017.06.04 23:32
  • 기자명 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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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신수미 기자]

농사를 지으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이는 젊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청년농민에 대해 잘 모른다. 농촌의 고령화를 지적만 할 뿐 주변에서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보지 못했다. 매월 첫 주 청년농민이 만들어가고 있는 소통공간을 찾아 농업·농촌·농민의 미래를 함께 그려 보고자 한다. 

경북 영천시 4-H 회원들이 지난해 5월 과제포 공동작업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한낮 기온이 38도까지 치솟는 이른 더위에 영농작업을 일찍 마칠 수밖에 없었던 날, 경북 영천시 4-H 회장인 노현진(32)씨와 아내 정윤정(30)씨, 강일욱(34) 감사를 만나 청년농민 모임을 이끌어 가는 고민을 들어 봤다.

노현진 회장은 귀농한 부모님과 같이 농사를 짓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했다. 농수산대 학생이면 꼭 거쳐야 하는 실습시간에 열악한 실습 조건과 귀농 1년차인 부모님보다 농사 방식이 나을게 없던 실습 농장에 실망하고 학교를 그만뒀다. 다시 고향인 경북 영천으로 돌아와 농민회와 복숭아 동호회를 거쳐 4-H까지 하게 됐다. 4-H를 하게 된 건 작목반에서 만난 부인의 영향이 컸다. 4-H 활동을 열심히 하던 아내 윤정씨가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는 회장까지 맡게 됐다.

영천시 4-H는 현재는 45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고, 주요 사업은 야영대회와 과제포 경작이다. 야영대회는 4-H의 전통적이고 상징적인 행사로 창립 이념을 되새기고 동료애를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야영대회의 백미인 봉화의식을 잘하기로는 전국에서도 손꼽힌다고 한다.

과제포는 말 그대로 농사에 낯설고 서툰 청년들을 위해 과제를 설정해 공동경작을 하는 사업이다. 경험도 쌓고 수확물로 재정까지 해결하고 있다.

“왜 젊은 농민들이 농민회에 관심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노 회장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영천은 특히 대창면 같은 경우 대구에서 가까워서 청년 농민들이 많은 편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영농기반을 물려받거나 함께 농사를 짓는 청년들은 거의 직장인과 같다. 시내 아파트에서 출퇴근 개념으로 농장으로 간다. 일찍 마치고 운동을 다니기도 하고 또래들과 맥주 한잔 마시고 여유를 즐긴다. 일은 고되지만, 도시 비정규직보다 수입이 높고 상대적으로 일하는 시간도 짧다. 이런 청년들에게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싸운다든가 농촌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자는 말은 다가가기 어렵다.”

노 회장은 영천시농민회 임고면지회 회원이기도 하다. 농민회 활동에 앞장서지는 않지만 그저 가끔 나가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한다. 그렇게 배운 내용을 본인이 속한 4-H에서 실현하고 싶지만 어려움이 많다.

이전 회장을 역임했던 강일욱 감사는 본인이 활동 하던 때와 다른 상황을 얘기했다. “현재 32살인 회장은 그 위 선배들이 왕성하게 활동했던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농촌과 농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대외활동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아래 연령층 후배들의 관심사는 아니다. 세대 차이도 생기고, 영농규모나 소득이 얼마나 안정돼 있는지에 따라서도 각각 관심사나 활동에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하지만 신임회장은 그래도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처음 회장을 맡을 때 세웠던 시야가 넓어지는 만큼 행동이 달라질 거라는 믿음대로 밀고 나가 볼 생각이다. 청년들에게 인기가 많은 풋살 모임도 만들고, 야구 관람도 함께 한다. 우선은 모여서 자주 보고 얘기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 물론 아직은 친목도모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아쉽지만 영천에서 젊은 농민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꾸준히 회원들과 함께 할 생각이다.

노 회장의 열정이 많은 회원들과 주변에 닿아 영천에서부터 청년농민들의 활동이 넓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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