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은 보조사업, 어떻게 바꿀까

정책대상 관리·감독 넘어 비합리적 정책구조 짚어야
규모화 촉진·일관성 없는 농정 등 근본문제도 검토

  • 입력 2017.05.28 10:03
  • 수정 2017.05.28 10:27
  • 기자명 홍기원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업 보조사업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책 대상의 관리 감독을 넘어 비합리적인 정책 구조의 틀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규모화를 촉진하는 사업 방향과 일관성이 없는 농정도 짚어야할 과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5년 4월 발표한 <농업보조금 집행 실태와 정상화 방안 연구>(박준기·허주녕)에선 “정부의 보조금 지원으로 농업부문이 자발적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자생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면서 “보조금 중복지원, 누수 등 비정상적 문제가 발생해 농업무문 재정투융자사업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보조사업의 기본방향으로 △국민 전체 후생 증대 △경쟁 환경 조성을 통한 효율성 증대 △기초 인프라 조성 투자 집중을 제안하며 통합정보관리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사업 체계 구축과 성과평가 의무화, 보조금 부당 사용자의 책임 강화를 제시했다.

이에 맞춰 농식품부는 그 해 8월 농식품 보조금 및 재정사업을 대폭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2016년까지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정책사업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해 국민감시 활동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농업보조금 사업이 보다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2014년 발표된 <농업보조금의 정책구조와 함의> 연구논문(이관률·허남혁·강마야)은 “농업보조금은 제도 및 환경, 투입, 집행, 성과, 환류측면의 모든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을 가진 비합리적 정책구조로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농업보조금이 비효율적이어서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정책대상에 대한 관리·감독과 부정수급자 적발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논문은 정부의 농업보조금 정책이 △WTO 규정 상 감축보조에 해당하는 비중이 높고 △낮은 융복합형 사업비중 △대부분 지원기간이 1년인 집행구조 △사업목표와 수단 간 불일치 △사후평가제도가 미약하고 일몰제가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 점 등을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재정사업과 조세사업을 포괄한 통합적 논의구조를 만들어 두 사업의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규모화를 촉진하는 보조사업의 목적과 방향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총예산은 14조 3,681억원이었다. 이 중 국고보조금 예산은 145개 사업 6조 6,154억원으로 총예산의 46%를 차지했다. 여기엔 과수생산유통지원(607억원), 농산물산지유통시설지원사업(279억원), 축사시설현대화사업(384억원) 등 시설지원 사업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정부는 시설지원 사업뿐 아니라 여러 관련 보조사업들로 농업의 규모화를 촉진하고 있다. 벼농사에 국한해 살펴보면 2015년 한 해 농지규모화사업으로 쌀전업농에게 2,913㏊가 지원됐으며 이로 인해 쌀전업농이 전체 벼 재배면적의 53%(42만1,000㏊)를 담당하게 됐다. 50㏊ 이상 규모화·조직화를 목적으로 한 들녘경영체의 공동경작 면적은 2013년 2만5,000㏊였으나 2015년엔 곱절로 증가한 5만1,000㏊에 달했다.

충남지역의 한 농민은 “땅을 많이 소유한 대농들은 쌀값이 떨어져도 땅값이 오르니 걱정을 안 한다”라며 “일부 농민에 지원이 집중되며 농촌에서의 빈부 격차가 더 커졌다. 농민이란 자부심보단 땅부자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게 대농들이다”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유문철 단양군농민회장은 “단양지역에선 아로니아를 대체 작목으로 밀면서 수백여 농가가 아로니아를 재배하고 있는데 폴란드산 아로니아가 값싸게 수입돼 어려움이 예상된다”라며 “한쪽에선 수입개방으로 농업을 초토화하는데 한쪽에선 보조사업을 통해 생산지원을 하는 현실에 모순이 있다”고 꼬집었다. 일관성이 없는 농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