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 속타는 농민

  • 입력 2017.05.26 15:21
  • 수정 2017.05.26 15:24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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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송현리의 들녘에서 한 농민이 모내기를 하던 중 이앙기가 고장나자 이를 극심한 가뭄 탓에 물을 대지 못한 논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만리포 해변으로 나가는 물을 사정사정해 돌려받은 논이었다. 구분마저 희미한 논둑을 경계로 물 댄 논과 거북등처럼 갈라진 논이 맞닿아 있었다. 황량하기마저 한 논은 발을 내디딜 때마다 풀썩거리며 흙먼지가 날렸다.

쩍쩍 갈라진 가문 논을 보며 모내기라도 할 수 있다는 안도감, 그건 잠시뿐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란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어렵사리 모내기에 나섰으나 이앙기마저 말썽을 일으켰다. 물 댄 논이건만 어느 순간부터 모가 심기질 않았다. 물 위로 둥둥 모가 떴다.

답답해서 혹은 씁쓸한 마음이라 그랬을까. 농부는 웃었다. 치아를 드러내며 “어쩔 수 있나요” 그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다만 “저수지라도 빨리 완공됐다면...” 답답한 마음에 꺼낸 말에 입맛만 다셨다.

일손을 보태러 온 농부가 말했다. 지금은 모내기가 전부가 아니라고. 바다를 가둬 만든 간척지여서 모내기가 끝난 논도 물이 차 있지 않으면 염해에 모가 붉게 타 들어간다고. 게다가 그런 논이 부지기수라고. 오지 않는 비가 야속할 뿐이지만 찔끔찔끔 내리는 비는 마음만 더 심란하게 할 뿐이라고, 그렇게 말을 아꼈다.

농부는 흙먼지가 풀썩이는, 갈라진 논을 가로질러 이앙기를 옮겼다. 트럭에 싣고 농기계센터에 갈 요량이라 했다. “고치면 마무리는 해야지.” 농부는 모를 심다 멈춘 논에 자꾸 눈길을 줬다. 황량한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논을 뒤돌아보며 농부는 쉬이 떠나질 못했다. 바라보건데, 그런 오아시스 같은 논이 주변에 별로 보이지 않았다. 햇볕은 마냥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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