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새 희망의 길을 찾다⑤] 전남 화순 능주농협

지속가능 농업 위한 변화의 날갯짓

  • 입력 2017.05.26 13:19
  • 수정 2017.07.13 16:48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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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농협법 개정안이 일부 수정 끝에 국회를 통과하며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이 결국 지주체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업구조 개편 전면 재평가 및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의 전환 등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에 <한국농정신문>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공동기획으로 매월 1회 모범적 지역농축협의 목소리를 통해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계획이다. 

현장밀착형 조합 운영 … 경제사업 다변화 시도

전남 화순 능주농협 노종진 조합장(앞줄 앉은 이)과 임직원들이 지난 19일 농협 자재센터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밝게 웃고 있다. 임직원 뒤로 보이는 능주농협 자재센터는 지난해 2월 개장, 1,500여종의 농자재를 구비하고 있는 화순군 최초의 백화점식 매장이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15년 농민회장 출신 조합장 당선 이후 지역농업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온 지역농협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전남 화순의 능주농협이다.

노종진 조합장은 농사꾼다운 끈기로 능주농협에 변화의 바람을 일궜고, 직원들의 호응과 조합원의 신뢰 속에 의미있는 성과들이 눈에 보이고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날씨에 변화를 일으키듯, 작은 변화는 예상치 못한 큰 결과를 낳기도 한다. 능주농협에서 시작된 변화의 날갯짓을 지난 19일 현장에서 확인했다.

최우선은 조합원 신뢰 회복

지난 2015년 3월 취임한 노 조합장은 무엇보다 조합원의 신뢰 회복에 두 팔을 걷었다.

취임 전인 2014년, 능주농협은 농가에서 수매한 방울토마토를 업체에 외상으로 판매하다 12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판매실적 때문에 부실한 외상판매를 당연시한 풍토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그로 인해 조합원 이용고배당도 이뤄지지 않았다. 조합원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고 일부 조합원은 출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나섰다.

결국 능주농협은 2015년 1월 경영관리대상조합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노 조합장 취임 이후 담보권 실행 등 법적 절차 등을 통해 80% 가까이 손실금을 회수했고, 1년 만에 경영관리대상조합 지정을 해제시켰다. 이는 조합원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첫 걸음이 됐다.

노 조합장은 더불어 영농현장 소통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2월과 8월 무렵엔 1년에 두 번 열리는 농협 운영공개를 기본으로 노인회 견학, 전체 조합원 행사, 사업계획 수립에 앞서 면단위별로 대의원 의견수렴, 작목반별 회의 등에 참석하며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합장이 되기 전 6만평의 논에 벼농사를 지어왔고 농민의 어려움을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농민조합원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평소 철학이 반영된 행보다.

박석 전무는 “아직 미심쩍어하는 조합원이 있지만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올해처럼 사업을 하면 사고 나기 이전 수준보다 좋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관행 들어내는 쇄신

조합원 신뢰와 더불어 역점을 둔 것은 농협 내부 문화의 변화다. 근속년수가 긴 직원들이 다수 포진하며 변화보다는 기존의 관행을 유지하려는 보수적 문화가 자리잡아서다. ‘선 사업 후 문서’를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업이 이미 진행되고 있음에도 사업계획안 등의 서류들이 뒤따랐다. 더 큰 문제는 경제사업이 농협의 존재 이유임에도 신용사업이 주가 되면서 경제사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던 부분이다.

공고히 굳어져 온 기존의 틀을 깬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노 조합장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무엇보다 기획지도파트에 공을 들였다. 지도직원을 새로 뽑아 경제팀에 두고 기획과 지도사업이 전무, 조합장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더불어 적재적소에 신입직원을 배치했다.

능주농협은 이런 쇄신에 기반해 경제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위한 변화를 시도 중이다. 이형철 과장은 “현재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비율이 6대 4라면 이걸 뒤집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의 비율을 7대 3까지 가려고 한다”며 “농협이 모든 것을 책임지고 농민은 농사만 짓는 시스템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도기획파트를 활성화시키고 장기적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농단·공선출하조직 구성 박차

능주농협은 내륙에 위치한데다 산간지역을 끼고 있어 경작지가 적고 생산 작물도 많지 않아 여러모로 경제사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노 조합장표 쇄신은 경제사업에서도 이어졌다.

지난해엔 쌀 판매를 늘리기 위해 종자를 특화시켰다. 지역 생산 쌀 미질이 뛰어난 편이 아니던 터에 중만생종인 신동진벼를 들여와 단일화시키니 품질에 대한 항의가 사라졌다는 게 노 조합장의 설명이다.

또한 벼 직파재배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맞물려 능주농협이 추진 중인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영농단 구성이다. 농지를 가진 고령 농민들의 경작을 대부분 대농이 맡고 있다. 하지만 작업비가 만만치 않다보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농협이 대농을 영농단으로 묶어 직파재배로 이앙·파종·수확을 책임지는 한편 고령농의 작업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농협이 농약과 비료 가격 적정선을 지지하듯 영농단을 구성해 100만원의 작업비를 60~70만원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수집·집하·운송 등을 통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방울토마토 공선출하조직 사업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불협화음 등으로 쉽지 않았던 만큼 일단 소수정예로 출발해 안정화를 기하고 하반기엔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마련해 전자동 공동선별기 등의 설비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설비 도입은 농민들의 요구에 따른 사업인 만큼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공동취재에 나선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이경태 총무(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원)는 “노 조합장 취임 이후 여러 노력을 통해 능주농협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농가와의 신뢰회복을 바탕으로 농가와 호흡하고 협력하며 공통의 요구를 개선해나가면서 미미하던 경제사업의 방향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 지역농업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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