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표준하역비, 도매법인이 냅시다

  • 입력 2017.05.20 13:0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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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례 시행규칙 개정이 확정되면서 오랫동안 논란을 이어왔던 가락시장 표준하역비 문제가 봉합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위탁수수료를 더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표준하역비 출하자 전가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

“표준하역비는 도매법인이 부담한다”는 농안법 취지에 비춰 기존보다 진일보한 형태임엔 분명하지만, 앞으로의 인상분 반영만을 막았을뿐 지금까지의 표준하역비를 그대로 위탁수수료에 존치시켜둔 것은 몹시 안타깝다. 개혁을 단행함에 있어 대의를 미루고 현실과 타협하다 보니 논리엔 구멍이 숭숭 뚫렸다. 명분과 논리가 없는 개혁은 공감을 이끌기 힘들다. 간신히 봉합됐다지만 위탁수수료와 표준하역비 문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갖가지 논란을 초래할 것이다.

현재 가락시장 위탁수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수수료 자체가 표준하역비를 노골적으로 감안해서 산정돼 있다는 점이다. 설사 그것이 십수년 전부터 생산자단체의 동의하에 이어져 온 것이라 해도 그 출발 자체가 명백한 오류라 할 수 있다.

위탁수수료와 표준하역비는 절대적으로 독립된 영역에서 바라봐야 한다. 법 조항대로 표준하역비는 철저히 도매법인이 부담하되, 그로 인해 경영부담이 된다면 도매법인이 자체적으로 지출절감 노력을 하고 또 위탁수수료 인상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위탁수수료 인상은 물론 정률 인상이다. 정률 인상으로 일부 출하자 이탈이 우려된다면 도매법인이 더욱 적극적으로 출하유치에 나서야 한다. 적어도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과 재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가락시장엔 특수성을 핑계로 갖가지 기형적 구조들이 고착돼 있다. 표준하역비 문제는 물론이고 시장 내 독과점 문제와 최근 다시 한 번 담합 여부를 조사받고 있는 위탁수수료 문제도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도매법인들은 연간 수십억원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자유경쟁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특혜를 누리고 있다. 과연 이런 특수성들이 정말로 불가피한 성격의 것들인가에 대해, 보다 꼬장꼬장한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 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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