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적폐농정 청산과 농정대개혁의 길

  • 입력 2017.05.18 20:34
  • 수정 2017.05.18 20:36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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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 마침내 바뀌었다. 새 정부와 대통령은 정권교체가 자기 당의 결실이 아니라 적폐청산·사회대개혁을 철저히 하라는 민중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결실임을 명심해야 한다. 적폐 기득권과 구체제를 뒤엎고 진보개혁의 새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출발선에서 잘해야 한다. 그러나 ‘농민이 대접받는 나라’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한 새 정부가 출발선에서부터 꼬이고 있다.

지난 정부 적폐세력이 대선 와중에 사드 배치 알박이를 한 것처럼 대선 하루 전인 지난 8일 밥쌀 수입을 공고하고 16일 입찰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전농은 밥쌀 수입 공고의 긴급 폐기를 청와대에 청원하고, 김영호 의장이 밤샘 1인 시위를 전개하는 등 절박하게 호소했지만 외면당했다.

농정에서 적폐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 농민의 피땀에 제값을 주지 않는 것이, 쌀값폭락에 무대책인 것이, 매년 반복되는 가격폭락에도 수출농업이니 스마트농정이니 하며 가당치도 않게 변죽만 울리는 것이, 게다가 그 책임이 농민에게 있는 양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차액을 강제 환수하는 것이, 그래서 기어코 과잉재고·가격폭락의 공범인 밥쌀 수입을 강행하는 것이 적폐가 아니고 무엇이 적폐인가.

진정으로 농민을 ‘대접’하고 ‘안심 농사’를 짓게 하는 길은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가. 적폐농정으로 인한 농민의 불행, 그리고 농업·농민 위기로 인한 국민의 불행을 직시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농민이 불행하면 왜 국민이 불행한지, 농업발전 없이 왜 선진국이 될 수 없는지, 농업·농민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고 왜 국민 모두의 문제이자 국가경영의 근본과제인지를 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농민과 함께, 국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적폐농정 청산·농정대개혁의 로드맵을 합의·추진해야 한다. 그것이 농민을 대접하고 안심하고 농사짓게 하는 출발선이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농민·국민과 머리를 맞대고 나침판과 새 지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 직접 이해당사자들을 외면하고서 기존의 적폐농정 관료들에 포획되는 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우리는 그 ‘포획’을 지난 ‘민주정부’ 10년간 잘 겪었기 때문이다. 탄핵결정과 조기대선을 가져온 것이 촛불항쟁이듯이, 농민·국민과 함께 농민·국민을 뒷배로 하여 그 힘으로 돌파하지 않는 한, 관료권력과 경제권력 그리고 이들에 휘둘리는 여소야대 국회에 포획돼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사자들과 합의·추진하는 틀을 잘 짜서, 여기서 도농공생·농민행복·국민행복 농정의 새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 새 지도 만들기의 최우선 과제들은 무엇인가.

첫째, 대통령직속 (국민행복농정)위원회의 민관협치 상설기구화이다. 여기서 적폐농정청산·농정대개혁의 로드맵을 만들어 기존 관료들이 제대로 집행하게 해야 한다. 둘째, 가격보장과 직불제를 병행·조화 시키는 재정개혁이다. 생산비 기준으로 상위 20개 정도 품목 기초농산물에 대한 최저가격보장·책임수매제와 품목별 수급조절체계, 공공급식 국산 현물조달과 저소득층 식품지원체계 등 종합적인 가격보장과 농가직접지원 직불제를 조화시켜가야 한다. 셋째, 쌀농업 종합대책 수립이다. 올 수확기 전에 350만톤 재고미 긴급대책과 중장기 종합대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쌀문제는 새정부 리더십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대북지원·해외원조, 묵은벼 사료화 및 총체벼 생산조정, 수입 밀가루제품에 전면 대체용 우리쌀 가공제품의 공공급식 및 저소득층 식품지원제도 전면공급, 이 모두를 뒷받침할 실질적 농가소득지지 등 종합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그 필수 전제는 당사자 농민들과의 합의·추진이다. 넷째, 공공급식의 국산 현물 수급체계 전면 실시다. 유·초·중·고·대학은 물론, 어린이집·아동센터·복지시설·공공기관·공기업·군대·병원 등 공공급식시설에서 직거래 수급체계를 구축하여 도농공생에 바탕을 둔 농민행복·국민행복 농정의 본보기를 조기에 만들어야 한다.

새 정부에 거는 농민과 국민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적폐농정 청산과 농정대개혁은 현재의 정치지형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도 농업·농민문제가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 모두의 문제라는 국민적 이해와 지지가 절대적으로 낮은 현실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출발선에서부터 농민·국민과 함께 새 지도를 잘 만들어야 한다. 그 민관협치의 힘만이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에 성공하는 정부가 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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