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시장이 뜬다

문화가 된 ‘마르쉐@’ 탐방기

  • 입력 2017.05.18 20:12
  • 수정 2017.05.18 20:22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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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배정은 기자]
 

둘째주 일요일은 혜화, 넷째주 토요일은 성수에서 열리는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은 도심에 안정적으로 자리매김을 한 대표적 농부시장이다. 지난 13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마르쉐@혜화'를 찾은 수많은 시민들이 농부와 대화를 나누며 장을 보고 있다.한승호 기자

매월 둘째 주 일요일엔 혜화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마르쉐@혜화’의 시작을 알리는 워낭소리가 울리기 전부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은 농부시장을 즐기러온 시민들로 붐볐다. 워낙에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도 하지만, 시장에 출점한 매대 이곳저곳 길게 줄 서있는 것을 보니 이 많은 시민들이 농부시장을 위해 온 게 확실했다.

아스팔트 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는 투쟁의 장소로 더욱 익숙한 대학로 한편에서는 2012년 10월부터 매달 한 번씩 농부의 시장이 열리고 있었다. 고된 농사일에 거칠어진 손과 투박해진 말솜씨로 도시의 소비자들을 마주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터. 그럼에도 농민들을 서울 한복판까지 올라오게 만든 것은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궁금해 하고, 농사 밖에 모르는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반짝여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마르쉐@’은 시장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르쉐와 장소를 뜻하는 영어 전치사 at(@)을 융합한 단어로 ‘마르쉐앳’이라고 읽는다. 이 농부시장은 매월 둘째주 일요일에는 혜화에서, 넷째주 토요일에는 성수에서 열리기 때문에 ‘마르쉐@혜화’일 때도 있고 ‘마르쉐@성수’가 될 때도 있다.

농부팀의 한 매대 앞에 시민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기에 그 틈에 슬쩍 끼었다. 손님이 묻는다. “이건 뭐에요?” 농부가 답한다. “옻을 넣어 만든 옻간장이에요. 간장은 흡수율이 좋기 때문에 이 옻간장을 만들 때는 헛개나무를 같이 넣었어요. 헛개나무가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이야기를 나누던 시민은 옻간장을 하나 구매했다. 그렇게 모든 매대에서 농부와 소비자의 이야기는 ‘신뢰의 소비’로, 나아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열매를 맺고 있었다.

오후 12시 30분부터 약 30분간 ‘농부워크숍’이 열렸다. 장터에 참여하는 농부팀 중 1팀이 나와 농작물을 생산하는 과정과 그 효능을 설명하기도 하고 농업·농촌에 대해 도시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전남 구례에서 감 농사를 짓고 있는 ‘자연의뜰’ 김종옥씨는 부인과 아들내외, 손주들과 함께 워크숍에 참석했다. 김씨는 “예전에는 과수를 하면 잘 사는 집이라고 할 정도였는데, 요즘엔 과수가 가장 어려운 작목 중 하나가 됐다”며 1년 내내 허리가 휘게 일해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농촌의 삶에 대해 소개했다.

장이 열리는 동안 시민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농부시장을 즐기고 있었다. 요리와 공예품으로 입과 눈을, 버스킹 공연으로 귀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마르쉐@은 어느새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서울로 오는 농부’ ‘판매하는 농부’ ‘친절한 농부’. 어쩌면 이는 우리가 그동안 관심 갖지 않았던 농촌·농업의 슬픈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농업을 보여주고 농촌을 이야기하러, 희망을 찾으러 농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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