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안 나는 춘천 감자밭, 무슨 일이?

농민들, 감자파종기 사업 참여했다 낭패 … “춘천시 사과하고 대책 세워야”

  • 입력 2017.05.18 20:08
  • 수정 2017.05.18 20:1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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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춘천시 친환경 고품질감자 생력화 사업’ 참여농가의 밭은 왼편에 위치한 일반 감자밭에 비해 발아율과 성장률이 현저히 낮아 그 피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지난 10일 농민들이 착잡한 심경으로 피해가 발생한 밭을 바라보고 있다.

5월 중순, 감자꽃이 만발해야 할 강원도 춘천의 감자밭에 농민들의 한숨이 깊다. 춘천시의 시범사업에 참여했던 농민들의 밭에 감자 싹이 제대로 나지 않아서다.

감자로 유명한 서면 신매리와 중도동에서 감자농사를 짓는 10개 농가는 올해 1월 춘천시가 추진한 ‘2017년 친환경 고품질감자 생력화 시범사업(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춘천시는 3~4년 전 임대농기계 사업을 위해 1억여 원을 들여 감자파종기와 수확기를 구입했는데 사용실적이 전무하자 농민들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감자파종기 이용률도 높이는 한편, 고령화된 농촌에서 일손부담도 줄이고 인건비 등 경영비를 절감하는 방편이라 시범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춘천시에선 시비 1,400만원과 자부담 600만원 등 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참여농가에 멀칭비닐, 친환경비료, 점적 테이프, 관수시설 등 농자재를 지원하기로 했다.

감자파종기를 통해 새롭게 농사를 짓는 만큼 춘천시에서 파종기 업체 관계자를 불러 참여 농가 교육도 진행했다. 농가들은 지난 3월 트랙터 뒤에 파종기를 부착해 11헥타르의 밭에 자동으로 씨감자를 심고 비닐을 덮었다. 이후 일반농법으로 감자를 심은 밭에선 싹이 무럭무럭 자랐지만 참여농가의 밭에선 싹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된 것이다.

지난 10일 찾은 시범사업 참여 농가의 밭은 황량하기만 했다. 일반 밭은 이미 20~30cm가량 성장했지만 참여 농가의 밭은 듬성듬성 싹이 자라고 있었고, 나온 싹도 5~10cm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발아율이 30%가 안 된다는 게 농민들의 설명이다. 긴급하게 비닐에 구멍을 뚫거나 아예 벗겨버린 밭은 그나마 형편이 나았다.

이날 만난 농민들은 “직접 눈으로 보면 알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농민들은 “애초 교육 당시 비닐에 구멍을 뚫으라는 얘기도 듣지 못했고, 춘천시와 업체 관계자가 감자를 심는 과정에서 2~3차례나 방문했으면서도 어떻게 하라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춘천시가 구멍이 뚫리지 않은 비닐을 제공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춘천시에선 “농민들에게 구멍이 뚫린 비닐을 지급할 예정이었지만 생산이 안 돼 구멍이 뚫리지 않은 비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파종기에도 이상이 없고, 숨구멍을 내주는 건 농사 상식이다. 또한 문제가 있는 밭은 파종시기가 늦은 편”이라는 입장이다.

춘천시가 농민들의 하소연을 외면하는 사이 파종기가 지난 터라 농민들의 입장에선 더욱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춘천시는 현재 작목 전환에 따른 일부 지원만을 대책으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춘천시가 발을 빼기 위해 농민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일부 농민들은 기대를 접은 채 애써 심은 감자밭을 갈아엎고 있다. 시범사업이라 우여곡절도 있었고, 애초 감자파종기의 이용률을 높이고자 추진됐던 사업인 만큼 농민들의 타는 속을 보듬는 춘천시의 농정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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