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보은 농부시장 마르쉐(사) 상임이사

“마르쉐@는 ‘농’을 배우는 학교”

  • 입력 2017.05.18 19:47
  • 수정 2017.05.18 20:0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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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2012년 10월 서울 혜화동에 위치한 대학로에 농부와 요리사, 수공예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농부시장을 열었다. 이들은 끊임없는 대화속에 농부들이 정성껏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와 직접 교환하는 행위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배움이 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 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렇게 태동한 것이 ‘농부시장 마르쉐@’다. 그 중심엔 이보은(48) 농부시장 마르쉐(사) 상임이사가 있다.

생협과 환경단체에서 일하던 그는 여성이 지역에서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을 고민하며 옥상텃밭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로 활동했고, 그 연장선에서 시장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마르쉐@라는 그림으로 그리는 단초 역할을 했다.

마르쉐@는 단순한 시장을 넘어 ‘농(農)’이라는 가치를 통해 생산자, 소비자, 참여자 모두가 농산물의 쓰임새와 맛 등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감동하며 배우는 학교가 됐고, 이제는 마르쉐@를 만드는 모두가 스스로를 농부지향이라고 부를 만큼의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이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지난 16일 서울 은평동에 위치한 서울시 혁신파크에서 그를 만나 마르쉐의 과거와 현 주소, 미래를 확인했다. 

- 마르쉐@가 추구하는 목표는

‘농’을 배우는 시장이다. 농부의 삶과 둘러싸고 있는 환경, 농산물, 먹거리에 대해서 이해하고 배움을 키우는 시장이다. 또한 소규모 농가와 청년들의 자립을 응원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마르쉐@가 추진한 일 중 가장 소중한 건 농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규모 시설재배로 규격화된 농산물이 최고의 농산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이를테면 자연농법 재배 채소 등 의미있는 농산물을 소비자에 제공하고, 소규모 농가의 자립과 지속가능성을 돕고 있다.

현재 토종열풍이 부는데 마르쉐@는 2013년부터 토종씨앗으로 키워진 토종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소비자에 선보여 왔다. 토종종자가 보존되는 가치만이 아니라 문화로서 우리 삶에 연결되고 향유돼야 한다는 가치를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마르쉐@를 통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소규모 농가나 요리사, 예술가들이 마르쉐@에서 농산물, 요리, 가공품을 통해 끊임없이 소비자와 소통하며 얻는 경험도 크다. 실제로 출점팀이 전업농이 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거대도시의 삶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아 다른 삶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고 마르쉐@엔 그 길을 먼저 간 사람들이 있다. 젊고 재미있는 모습을 통해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청년들에게 농을 매력적으로 느끼고 자기 삶을 새롭게 기획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 마르쉐@가 만든 변화는

가장 큰 변화는 농부들이 생산물에 대한 굉장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는 농산물 키우기 위해 애를 쓰고. 모종과 씨앗을 자가채종해서 자기의 삶과 농가환경이 담긴 씨앗을 이어가려 노력하는 분도 많아지고, 도시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니 생산물을 최고의 상태로 가져오기 위해 새벽에 수확을 하기도 한다.

기존 관행농도 마르쉐@ 맞춤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전환하시는 분도 있다. 다양한 변화가 자기 삶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레스토랑과 계약재배를 통해 직접 배송하며 로컬푸드 네트워크를 만들기도 하고, 마르쉐@ 출점을 계기로 귀촌한 농가가 조그만 꾸러미를 만들어 주변 도시 소비자와 연결되기도 한다. 지역에 농가레스토랑을 창업하는 등 다양한 기획들이 나오고 있다. 논산 앞장서는 날, 괴산시장, 서울 마들장 등 마르쉐@ 출점팀이 중심이 돼 지역에서 시장을 여는 것도 큰 변화중 하나다.

단순히 농부나 소비자에만 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도시를 새롭게 기획하는 도시재생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 앞으로의 마르쉐@는

마르쉐@처럼 50~70팀이 출점하는 농부시장은 품이 많이 든다. 농부들이 참여하는, 작지만 일상의 장보기가 가능한 소규모 시장을 도시 곳곳에 만들 것을 고민하고 있다. 도시에선 로컬푸드를 접하기 어렵다. 일종의 먹거리 사막 같은 곳이다. 한 농부가 100~150가지 작물을 생산하니 한, 두 농부만 있어도 소규모 마켓 구성이 가능하다. 앞으로의 모습이 예약제 팝업시장이 될지, 소규모 시장이 될지는 계속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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