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소득, 농산물 가격정책 빼고 직불금 얘기만 할 수 없다”

인터뷰 l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올해 수확기 쌀값, 도입 못한 생산조정제 대신 ‘총체벼’ 5만ha 전환해야문재인 대통령, 백남기 농민 사태 각별한 애도 … ‘농업문제 대통령

  • 입력 2017.05.13 17:04
  • 수정 2019.05.01 15:19
  • 기자명 심증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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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벚꽃대선 막바지까지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은 ‘기호1번 문재인 후보’의 농정공약 홍보에 매진했다. ‘배꽃’대선의 열기가 가득했던 전남 나주에서 신 위원장을 만나 문재인정부가 준비하는 농업정책을 들어봤다. 신 위원장은 “농업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 / 사진 한승호 기자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은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농업에 관한 얘기가 꼭 포함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노력하겠다”며 “문재인정부의 새로운 농정을 지켜봐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한승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문재인정부 출범의 의미는 어떤 것인가.

무엇보다 국민들이 바란 정권교체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정권교체에 대한 동기에는 같은 목소리를 냈지만 그 결과물을 공유하고 누려 본 적이 별로 없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자신한다. 특히 많은 국민들이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고 문재인정부가 가장 적합하다는 선택을 했다. 농민들 입장에서도 추상적인 농정공약이 아닌 체감하는 삶의 변화, 예컨대 농가소득문제·생활환경·복지·인권 등 구체적으로 개선을 요구했다. 대선 과정에서도 수차례 확인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농업문제에 대한 관심, 개혁의지가 상상하는 것 보다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현재 농어업·농어촌의 위기는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고 추구해 왔기 때문”이라며 농정에 대한 국가철학과 기조를 바꾸겠다고 공언했다. 새 정부 농정 방향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농정의 큰 물줄기를 경쟁력에서 지속가능성으로 바꿔나가야 한다. 다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에 농민의 생존권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민들이 뙤약볕에서 구슬땀 흘리고 생산한 농산물이 소득이 되야 하지 않나. 농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 제1과제다. 그걸 전제하지 않고 환경과 국민들의 먹거리 등 공익적 가치만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농민들이 주업인 농사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일상이 그만큼 열악하다는 뜻이다. 농촌의 주거환경, 복지수준은 안쓰러울 지경이다.

대선을 앞두고 농민기본소득, 농민수당 등이 공론화 됐지만 농정공약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직불금 중심의 농정변화를 예고했는데, 개편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

우리당 농정공약에 ‘청년농업인직불금’이 있다. 청년귀농자들을 범주로 논의되던 것을 ‘귀농’은 빼자고 했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미래를 꿈꿔보는 시대 만들고 싶다. 현장에서 평생 농업을 천직으로 여길 청년들이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당당히 농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농업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농촌에서 일가를 이룰 청년에게 한정적인 기한 내에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청년농업인직불제로 우선 실행하면서, 농민수당 등 농민 전체의 기본소득으로 확산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민들의 소득문제에 있어 농산물 가격보전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농산물의 가격문제는 가장 중요한 농민들의 기본권이다. 농산물의 가격문제에 정부가 적극 개입해 최소한의 농가소득을 충당할 수 있게 하고 공익적인 직불금은 도농간의 격차를 보완하는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직불금을 만능열쇠처럼 들이밀다가 사회적인 역공을 당할 수 있다. 출하된 농산물의 가격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크지 않으니 생산단계부터 적극 나서서 수급조절의 주체로 서라는 뜻이다.

과거 나주시장하면서 배 값이 폭락했을 때, 비상품과를 폐기처분하고 물량 조절에 나서니 값이 서서히 회복됐다. 정부가 수급에 적극 개입하고, 농협, 생산자단체와 공조하며 자조금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남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신정훈 위원장이 열매를 맺기 시작한 배 밭에서 문재인정부의 전반적인 농업정책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쌀 목표가격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인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쌀값이 유지되는 한 허용보조(AMS) 한도로 농민들에게 쌀 목표가격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가 존재한다. 양곡정책이 궁금하다.

농업 문제는 쌀문제로 압축돼 있다. 대선에서 쌀목표가격을 선명하게 내세울 것도 고민했었으나, 물가상승률을 대입해 상승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했다. 단순한 계산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 4.3%를 대입해 보면, 목표가격은 19만6,000원이 나온다. 5년마다 재산정 하는 것을 단축해 3년마다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재산정하면 집권 3년차에 쌀목표가격이 20만원대로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문제는 올해 수확기다. 강력한 생산조정제로 쌀수급을 안정시켜야 하는데, 올해는 생산조정제 유효시기가 지났으므로, 5만ha 가량을 총체벼로 수확하는 것이 실질적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원조 확대, 대북쌀지원, 통일대비 남북식량계획 등으로 쌀정책을 확대하면 탈출구가 생긴다.

쌀수입 문제에 대한 입장도 밝혀 달라.

40만톤의 수입량 전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밥쌀수입에 대해서는 재협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밥쌀수입이 현재의 쌀 문제의 본질로 봐서는 안 되고 국가의 식량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파고들어야 해법도 제대로 나온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를 약속했다. 하지만 과거 농특위의 경우 눈에 띄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명확한 위상과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일단은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읽어봐 달라. 과거 농특위 활동에 비춰 얼마나 더 적극적으로 할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농특위를 두겠다고 했으니 긍정적인 신호다. 농특위의 위상, 역할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농특위에 대한 실효성 문제는 농업행정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도 한 몫 한다. 농식품부가 변하지 않고 농민의 삶이 변화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정에 불신이 크다. 농식품부의 1년 예산 15조원 중 보조금 예산 상당수가 관성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들어 농정당국이 농민을 지원하는 부처이기 보다는 소비자들의 식품조달에만 매몰돼 있는 양상이다. 둘 다 중요한 역할이지만 지금은 거의 ‘식품조달청’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농식품부의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며, 변화의 방향은 현장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 잘 살아가도록 만들어 주는 정책이 첫 번째고 기준이 된다. 조직의 변화, 구성원들의 철학의 변화 모두 필요한 시기다.

본지 심증식 편집국장과 새 정부 농정방향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신정훈 위원장. 한승호 기자

여성농민들의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다. 여성농민단체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여성농민 전담부서 설치만 해도 실현되지 않는데, 어떻게 전망해야 하나.

문재인정부는 여성농민을 지원하는 민간지원센터에 대해 약속한 바 있다. 소형농기계 개발보급이나 농번기 급식문제, 공동경영주 등에 대해서도 챙겨왔다. 대선 기간에는 ‘여성농민 전담부서’에 대해 각별히 구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나, 새 정부에 적극 주장하고 고민하겠다.

끝으로 농민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농민들이 ‘농민들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문재인정부의 탄생은 그런 의미에서도 가장 좋은 기회라 본다. 농민 삶을 챙기는 싸움이 필요하다. 김영란법이 가져온 농산물 소비 위축문제라거나 무허가축사, 쌀값 문제 등 현장농민들이 자기 목소리로 정치권과 만나자. 문재인 대통령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현장’ 출신을 뽑겠다고 여러번 말했다. 그만큼 현장의 농심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신농업법을 선포하면서 상하원 의원들을 빙 둘러 세우고 법안에 사인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국가예산 증가분만큼 농업예산이 늘어날 수 있도록,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농업얘기가 단 3줄이라도 언급될 수 있도록 거듭 부탁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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