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농자재, 농협이 비싸!

  • 입력 2017.05.12 19:04
  • 수정 2017.05.12 19:10
  • 기자명 김순재 전 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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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순재 전 조합장]

우리나라에서 동일한 상호로 농민들이 사용하는 농자재를 가장 많이 취급하는 곳이 어딜까? 당연히 농협이다. ‘그런 농협이 농민들에게 공급하는 농업용 자재의 가격이 가장 경쟁력이 있는가?(싸게 파는가?)’를 물어보면 대다수의 농민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자재 유통시장, 이상한 현실이 확실히 존재

지금은 시행하지 않아 없어졌지만 농협이 이상하게 보이는 사업을 한 적이 있었다. 농민이 농약을 샀는데, 그 농약의 가격이 농협보다 싸게 구매하였음을 증명하면 지역농협이 그 가격의 차이를 농민에게 보상해주고 지역농협은 그 비용을 농협중앙회로부터 보전을 받았던 적이 있었다. 농협의 농약가격이 일반 시중의 농약사보다 비싸다는 항의가 많고, 농약의 유통시장이 워낙 왜곡돼 벌어진 웃지 못 할 일이었지만 엄연히 그런 보전 제도는 있었다.

지금은 그와 같이 가격을 보전해 주지는 않지만 여전히 농약을 포함해서 여러 농자재의 유통-판매에서 농협이 다른 시판상에 비해 비싼 일이 벌어지고 있다. 1차적으로 그 원인은 유통상의 농간에 있지만 농협이라는 대형 농민조직이 제조사나 유통인들에게 휘둘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 부담은 많은 농민들이 지고 있다.

대형-중형-소형농기계, 농약, 비닐, 농업용 철골파이프, 씨앗, 박스 같은 포장재에서 지금도 버젓이 이상한 유통이 일어나고 있으며 일반 시중의 판매상들보다는 농협이 비싼 것은 맞는 것 같다. 왜 농업용 자재의 유통에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개선해보려는 노력이 있었음에도 이와 같은 일이 왜 근절되지 않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농약과 농자재 대다수를 농민들이 소비하고 있음에도 판매가격은 시판상 또는 시판장소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르다. 게다가 농협은 이와 관련한 가격 변동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해 농민들로부터 원성을 듣기가 일쑤다. 농협과 정부가 농약 및 농자재 유통시장의 구조를 바로잡아야 되는 이유다. 농협의 한 농자재 판매장에서 농민이 농약을 고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공급가를 모르고 판매하는 농약

대다수의 소비재가 그러하듯이 농약이라는 제품도 그 판매가격을 시판상(농협 포함)이 정한다. 통상의 공산품을 판매하는 판매상들은 판매가격을 정할 때, 공급가격에 자신들의 여러 조건을 계산하여 적정한 이익을 붙여 판매한다. 그런데 농약은 판매상이 필요한 주문량을 농약회사에 발주하면 농약회사는 판매상에게 농약을 보내며 농약의 공장도 출고가격을 통보해준다.

대개의 공산품은 공장도 출고가에 이윤을 붙여 판매를 하지만 농약은 좀 특이하다. 농약 판매상은 농약회사가 통보해준 공장도 출고가를 보면서 판매가격을 정하는데 그 판매가격이 공장도 출고가의 90%선이다. 그러니까 농약판매상들은 농약회사로부터 ‘공장도 출고가 1만원’짜리 농약을 받아서 9,000원에 판매를 하는 것이다.

관행이 되었지만 그렇게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것이 농약유통의 오래된 방식이었다. 농약상들은 지역별로 필요한 수백종류의 농약을 10억원어치에 여러 농약제조사로부터 받아 9억원에 판매한다. 1억원을 손해보고 파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준점이 애매모호하지만 농약회사에 대금을 정산할 때는 평균적으로 공장도 출고가의 72%인 7억2,000만원만 보낸다.

정리를 하면 농약을 공급받아 10%를 밑지고 판매하고 그 비용을 정산할 때 28%를 돌려받아 결과적으로는 18%의 이익을 농약판매상이 남겼지만 분명히 장부상으로는 10억원어치의 물건을 받아서 9억원에 팔고 10억원어치의 물건 값으로 7억2,000만원만 주는 것이다. 장려금이라는 명목인데 각 농약제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농약회사에서 공통적으로 비슷하게 시행하고 있다.

이 예는 보통의 예시이고 모든 농약 상표 하나하나에 28%의 금액을 장려금으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농약제조사는 그 내역을 일반 시판상 어디에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약이건 농약을 포함한 농자재이건 그 대다수를 농민이 소비하고 있음에도 그 판매가격은 시판상에 따라, 시판장소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고 있으며 그 가격 변동에 농협이 가장 늦게 대처하고 있으니 농협의 농자재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는 것이다.

농협을 포함한 농약 시판상에서는 보통 100여 가지의 농약을 판매하는데 농약제조사는 그 농약 하나하나에 판매장려금 비율을 달리하고 있다고 한다. 대략적인 기준으로는 신제품은 판매장려금이 높고, 기존의 기성제품은 판매장려금이 낮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고 그 품목별-상표별 내역을 농약제조사는 시판상에게 일일이 공개하지 않는다.

농민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농협의 입장으로서는 해명하기 힘든 갑갑한 노릇이지만, 이는 농협만이 아니라 정부까지도 나서서 시장의 구조를 바로 잡아야 할 내용이다. 사실 일반 농약 시판상들은 농협의 농약판매장보다는 매우 기민하게 움직인다.

예를 들어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기성제품 농약 A는 판매장려금이 15%이고, 제조와 유통허가를 받았지만 안정성과 효능이 현장에서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농약 B는 판매장려금을 40% 주는 방식으로 농약제조사가 유통을 시도하면 판매가 이루어지기 전에 판매장려금 비율을 알지 못하는 시판상 중의 하나인 농협은 기동력이 늦어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은 농산물의 생산자이고 먹거리의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영세한 상태이다 보니 애초에 정부는 농업관련 생산재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은 아니지만 이 제도에서 허점을 찾은 농자재 제조업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안정적으로 극대화 시켜내기 위한 방편으로 농자재의 유통을 비틀은 것이 지금과 같은 유통의 결과를 낳았는데 이는 농협의 잘못도 매우 크다.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전체 농약시장의 40% 이상을 농협이 판매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40%의 대부분이 농협중앙회 계통구매를 통해 지역농협으로 공급되는데, 각 농약제조사로부터 가장 많은 농약을 구매 하고도 그 비용정산방식은 가장 후진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거대 농약제조사가 요구하는 유통방식에 농협이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농약 하나로 보아서는 그 제품의 배경에 농약의 원제를 독점하고 있는 외국의 거대자본들이 있어 앞으로도 정부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 쉽게 고쳐질 것 같지는 않다. 이는 농약의 경우이고, 다른 농자재도 거래방식이 매우 후진적이다.

농약 유통은 하나의 예에 불과

당장 1,000만원어치의 하우스용 파이프, 수천만원짜리의 농기계를 구입하고자 하는 농민들이 제조사나 유통 도매업자들과 접촉하면 농협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대개 이러한 방식의 구매는 상호간에 거래자료를 생략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소비량을 추정하여 생산원제를 미리 들여와 유통시켜야하는 농약 제조사들의 입장에서는 소비되지 않아서 제조사가 안아야하는 경영부담보다는 판매장려금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생산한 제품이 시장에서 선택 받도록 하거나 제조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원가를 소비자에게 공개하지 않는 방식을 택한다.

제조사들은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유통을 왜곡시키고, 회계·기표를 정확히 해야 하는 지역농협으로서는 특별하게 교육지원사업비 등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구매협상에서부터 가격경쟁력은 상실하고 없는 것이다.

농협의 농자재 가격경쟁력 상실 원인은

농협은 지역농협과 중앙조직의 역할이 명확해야한다. 많은 농협들이 경영상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통하여 합병돼 덩치가 조금씩 커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영세한 측면이 많다. 상호금융-자금도 홀로 운영하기에는 지금의 은행시장에서 영세하기 짝이 없고, 개별농협 그 자체로는 농자재의 원재료 확보를 통한 제조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농협중앙회가 나서야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형농기계를 생산하는 농기계회사가 3개 정도라면 그 중의 하나 정도는 농협중앙회가 확실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했어야 했다. 비료회사, 종묘회사, 농약제조사는 각각 하나 정도씩 소유하고 있지만 농자재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위해서는 중-소형 농기계회사와 농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박스와 같은 포장지를 제조하기 위한 펄프회사, 피복 비닐 회사를 농협중앙회가 일정정도 소유-관리해야 농자재의 최종 소비자인 농민의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역할분담 명확하게, 사업영역 구분해야

지역농협은 조합원과 조합원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민과 밀접하게 결합하면서 온갖 소소한 사업들을 진행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농협중앙회는 협동조합의 2선 조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협동조합은 어떤 사업측면에서는 농협중앙회와 지역농협들이 이용객들과 같이 밀접한 구조이다.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들과 그 역할을 달리해야 한다. 지역농협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지역농협에게 넘기고, 지역농협이 개개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은 중앙회가 맡아야한다. 중앙회는 많은 자회사들 중에서 생산자인 농민조합원을 위해 농약회사와 종묘회사, 비료회사는 있지만 박스 제조를 지원하기 위한 펄프회사, 농기계 제조회사는 없다.

실질적으로 농협이 포장지 박스 제작이나 농기계의 시장에서는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회는 중앙회가 가진 생활물자 판매장(마트), 유통법인(농산물도매시장) 같은 소유물은 지역농협에 넘겨야한다. 농협중앙회가 마트나 공판장을 운영하면서 지역농협과 경쟁하거나 지역농협들의 사업 영역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다.

쉬운 경영으론 궁극적인 어려움 해결 못해

과거에 농협중앙회도 그러했지만 어떤 지역농협은 교육지원 사업비에 예산을 세워서 농민조합원이 구매하는 농약가격을 할인하여 농약시장에서 상실한 가격 경쟁력을 지원하고 있다.

사실 1조원대의 농약시장에서 농협이라는 조직이 4,000억원어치를 계통구매하면서도 가격경쟁력이 없어 추가로 농민들에게 지원하고 있거나 여전히 유통에서 농협 인근의 소매상들에게 밀리고 있다면 우스운 일이다.

농약은 공급자가 농약제조회사이기도 하고 도매상이기도 하고 그 뒤에는 사실상 거의 100%에 가깝게 그 원재료를 공급하는 다국적 기업이 있다. 사실상 국산 농약 원제는 없다. 이 문제가 농약의 유통을 어지럽히는 근본원인이다.

농자재를 소비하는 농민들은 농협을 통해서 값싸고 질 좋은 농자재를 쓸 권리가 있다고 봐야한다. 농민들이 트랙터를 구매하거나 보온용 비닐을 구매하면서도 같은 물건을 비싸게 구매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러나 현실은 매우 비싸게 구매하고 있다.

농협이 나서야하는 이유

수입농기계의 경우에는 유통비용이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과수지역의 농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동가위’라는 게 있다. 지금 우리지역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것은 프랑스 제품이라고 한다. 그 전동가위의 경우 프랑스 현지에선 공장도가가 80만원 이하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내 소비자가격이 27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그 엄청난 유통비용은 고스란히 농민이 부담하거나 농업예산에서 보조되고 있다.

수입농기계를 판매하려면 그 관련 조건을 갖춰야하는데 농협은 그 조건을 갖추기가 아주 쉽다. 이러한 경우는 도저히 지역농협이,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야 국산기계개발에 나섰고 생산이 시작됐는지 성능이 거의 비슷한 게 100만원대에 농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농자재는 농민이 소비하고 있다. 농민에게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생산비 부담은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경영비 부담이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씨앗, 농약, 상토, 비닐, 묘목, 파이프, 비닐, 농기구 같은 것도 필요하고 지은 농사를 팔기 위해서는 박스 같은 포장지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곳곳에 농업협동조합을 정부가 지원해서 번성시킨 이유는 영세한 소농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구매하기 힘든 것을 협동조합을 통해서 공동구매하라는 것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농가 부담을 줄이라고 농협을 만들어 놓은 것인데, 변하는 시장에 기동력 있게 대처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볼 일이다.

농협이 나서야한다. 지역농협과 중앙회가 사업으로 불필요하게 중복돼 경쟁하지 말고, 경쟁은 하되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해서 농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앞으로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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