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농정, 이것만으론 부족해

  • 입력 2017.05.12 13:14
  • 수정 2017.05.12 13:15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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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문재인 1번가’가 지난 10일부터 배송을 시작했다. 문재인정부가 농민을 위해 준비한 상품들은 농업의 가치 재고를 최우선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만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대체로 최소한의 필수품만 구비했을 뿐이라 새로 입고를 신청해야 할 물건들이 적지 않다.

 

쌀 생산조정제, 하루 빨리 구체적 계획 제시해야

생산조정제를 바탕으로 쌀값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는 반갑지만 아직 이를 기대할만한 밑그림은 확인할 수 없다. 소득보전을 전제로 한 적극적인 생산조정에 대해 이미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음에도 ‘청년주택 20만실 확보, 공공일자리 81만개 제공’과 같이 대략적으로나마 보상수준 및 기준조차 제시하지 못한 것은 그 추진력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지난 정부가 결국 생산조정제의 껍데기만 남겨두고 떠났기에 농민들은 올해도 불안 속에 모를 심은 상황. 다행스럽게도 그간 열심히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 당 내외의 몇몇 국회의원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을 토대로 다양한 의견을 보강, 연내 납득할만한 계획을 제시해 내년부터라도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대북 쌀 지원 재개를 통한 통일 농업을 준비한다는 소식 역시 기쁜 일이지만 그간 농민들이 쌀값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해 왔던 밥쌀 수입에 관해선 언급조차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정부수매량 확대 및 쌀 직불금 전면 개편 역시 소농들의 소득 보장을 위해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 농민을 아우르는 소득 보장 정책 필요

농가소득을 높이겠다며 들고 나온 ‘공익형 직불제’는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반영해 기존 소득보전 직불제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원론적 설명만 붙어있다. 명칭과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선출 당시 발언으로 미뤄봤을 때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3농혁신’ 정책 일부를 받아들인 듯한 모양새다.

충남농민들의 염원으로 시작돼 올해 첫 시행이 예정돼 있는 이 제도는 도내 농사를 짓는 전 가구에 고르게 직불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 수준은 아직 농가당 한해 몇십만원 수준에 머물러 소득 보전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문재인정부가 이를 소득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면 그간 농업계가 주장한 ‘농민수당’의 실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체 농민을 보듬기 위해서는 쌀 이외의 품목들에 대한 소득 보전 또한 같이 이뤄져야한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할 ‘농산물 제값받기 프로젝트’ 역시 주요농산물(배추, 무, 고추, 마늘, 파)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를 존중해 모든 농작물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부 군소 지자체가 시도하고 있는 ‘최저가격보장제’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개혁은 농민의 직접농정참여로부터

농민의 농정참여 역시 농민단체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요구됐던 사항이다. 문재인정부는 이를 위해 농어업회의소를 전국에 설립하고 생산총량자율조정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자세를 바꾸는 것이다. 농민들을 정책 수행의 수단으로 동원한다거나 대상화하는 행태를 뿌리 뽑아야한다. 비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농민들의 요구를 수렴하여 정책을 만들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연이은 수입 농산물 개방, 재앙급 가축 전염병 창궐 등은 결국 농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농식품부의 소통 능력 부재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농업 정책결정은 민-관이 함께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선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체질 변화가 가장 확실한 처방이다. 장관을 비롯한 주요 보직 일부에 농민 출신의 인사들을 기용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면 적폐청산이라는 정부 기조에 걸맞는 농식품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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