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엎은 땅, 문재인이 피어나다

  • 입력 2017.05.12 12:01
  • 수정 2017.05.12 12:03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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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19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에서 당선이 유력한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마련된 당 개표상황실에 도착해 당직자 및 지지자들에게 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대통령 당선증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오 국회에서 취임식을 갖고 인수위 없이 곧바로 대통령 업무를 시작했다. 한승호 기자

병들고 썩은 작물을 힘겹게 로터리친 밭에 마침내 기지개를 켜고 나온 새싹은 문재인이었다.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위 그룹 후보들을 500만 이상의 표차로 따돌리며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압도적이라면 압도적인 표차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의미는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도 각별하다. 전임 대통령 박근혜의 실정과 국정농단에 맞서서 온 국민이 가슴 뜨겁게 분개했고 역사에 장엄히 기록될 ‘촛불혁명’을 이룩했다. 민주주의의 서슬퍼런 생존과 가치를 몸소 증명해 내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 세계 민주국가들의 주목과 찬사를 받고 있다.

농민들도 역사의 한 페이지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2015년 겨울 백남기 농민 사태를 계기로 일반 국민들보다 한 발 먼저 싸움을 시작한 농민들은, 촛불 정국에 이르러 여의도에 트랙터를 밀어올리며 혁명의 의지를 표출했다. 실로 두 갑자 전 갑오농민혁명의 재림이라 할 만한 결연함을 볼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이 쌓아 놓은 수많은 적폐와 마주하고 있다. 세월호와 백남기, 사드와 외교갈등, 노동탄압과 재벌부패, 서민경제와 청년일자리, 바야흐로 정상화해야 할 비정상 양태들이 사회 곳곳에 검버섯처럼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어느 분야보다도 새 정부의 손길이 시급한 것은 농업이다. 농업은 지난 정권 동안 경제성장의 기치 하에 가장 많은 외면과 핍박을 받아 왔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생명산업임에도 이제는 도저히 계속해서 영위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주곡인 쌀은 물론 대다수의 농작물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데 수입 농산물은 꾸역꾸역 몸뚱이를 불리고 있다. 이미 농사만으로는 가계를 유지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고 그나마 농가인구는 300만명 밑으로 줄어들었다. 이번 농민 투쟁의 직접적인 발단은 백남기 농민이었으며 그 백남기 농민이 절박하게 부르짖던 구호는 다름아닌 쌀값 보장이었다.

쌀시장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쌀값을 개사료값으로 떨어뜨린 정권이 막을 내렸다. 더 넓게는 광우병 쇠고기를 들여오며 개방농정의 축포를 쏘아올린 정권이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시각은 기대와 우려가 폭넓게 갈리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까지와 다른 방향의 농정이 펼쳐질 여건이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 겨울, 농민들은 농업을 천시하고 농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향해 촛불을 들었다. 그것은 달리 말하면 농업을 중시하고 농민을 존중할 줄 아는 대통령에 대한 열망이었다. 새롭게 권한을 위임받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 세계가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고 온 국민이 기대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지만, 농민들의 눈빛은 한층 더 간절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농정은 문재인정부의 손끝에서 재출발한다. 갈아엎은 땅에 돋아난 깨끗한 새싹이 얼마나 예쁘고 건강한 결실로 여물지 모두가 함께 지켜볼 때다. 이 농토 위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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