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살릴 대통령, 결정하셨습니까?

  • 입력 2017.04.30 00:07
  • 수정 2017.04.30 01:0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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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알록달록한 농가주택 벽화 위로 제19대 대선후보 포스터가 게시됐다. 지난달 25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의 마을 안길로 접어드는 골목에서 한 농민이 10m 남짓 길게 내걸린 포스터를 유심히 살펴본다. 포스터 속 후보는 입이 귀에 걸릴 듯 웃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농민은 좀처럼 웃을 일이 없다. 각양각색의 후보군에서 농민을 위한 진정한 일꾼을 선택하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각 당의 농정공약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한승호 기자

통상 겨울에 치르던 대통령선거를 봄날에 치른다. 그래서 이름도 벚꽃대선, 장미대선 화사하기 그지없다. 농민들에겐 ‘모내기대선’이다. 5월 9일이라는 선거 시기를 빗댄 이유도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가슴 아픈 별칭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겨울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운 촛불시민들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를 썼다. 촛불시민들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증명해 냈다. 

광화문 촛불은 국정농단이라는 기막힌 사태를 단죄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그에 앞서 고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태, 쌀값폭락·수입쌀 반대를 외치던 농민 상경집회가 원류다. 그래서 이번 ‘모내기대선’엔 무엇보다 농정개혁이 핵심 의제여야 한다.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면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TV토론은 대선후보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직접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총 6번의 TV토론 중 4번을 지켜본 시민들의 관전평은 씁쓸하다. 민생을 살피고 사회가 좀 더 민주화 되는 길을 또렷하게 제시하는 건강한 토론의 장을 기대했던터라 더더욱 실망하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TV토론을 지켜봤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혹자는 “영화 보다 대선후보 토론회가 더 재밌다”고 비꼬기도 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나선 이들의 토론이 비전은 겉돌고 공방만 난무한 탓이다. 될 성 부른 지도자의 떡잎이 좀처럼 뵈지 않는다.

모두 열네명의 대선후보들(4월 27일 현재)이 제각각 방점을 찍고 있는 공약 속에 농정공약은 끼워 넣기식 아니면 추상적인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다. 쌀값폭락·수입쌀 반대를 외쳤던 농민들이 푸대접을 넘어 무대접 신세다보니 ‘모내기대선’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급기야 3선의 농해수위 의원은 지난달 27일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정치적인 당리당략을 떠나 19대 대통령 후보들의 4번의 TV 정책토론회에서 단 한번도 ‘농’자를 말하지 않았다. 농어업을 외면하는 행태에 절망감을 넘어 울분을 토한다”며 “주요 대선후보들이 발표한 10대 공약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수백개 세부공약에나 들어가, 농어민들이 돋보기를 보고 찾아봐야 할 정도”라고 개탄했다. 

또 “매번 농어촌 회생에 대한 기대만 품다 끝났던 대선”을 지적하며 “지금이라도 확실한 정책을 마련하고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농가경제조사결과 2016년 농민들의 평균 농업소득은 1,006만원. 전년보다 10.6% 감소했다. 농사를 지어서 한 달에 84만원을 버는 셈이다. 이마저도 평균치일 뿐,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축산농가를 빼면 농업소득은 푹 주저앉게 된다. 품목별로 벼농사가 전년대비 14% 줄고 축산은 2.8% 줄었다. 반면 지출은 1.4% 증가했다.

이번 ‘모내기대선’에선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늘 빈 지갑이 되는 것은 농민 탓이 아닌 농업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속 시원히 밝혀줄 대통령을 찾는다. 쌀값은 목표가격이 있어 소득이 보장된다고 반복해 말하는 농림축산식품부를 뒤집을 대통령을 찾는다. 농민들의 한 표가 중요한 까닭이다.

한국농정은 이번 호에 주요 대선후보들의 농정공약을 꼼꼼히 정리하는 한편 각 분야 전문가 평가를 곁들여 오는 9일 대통령선거에서 소신껏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농업·농민·농촌형 선택 기준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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