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만내골 주민들, 군수 만나 “악취 때문에 못 살겠다”

주민 요구 대부분 수용 … 해결 실마리 보일까
문제 농장 영업정지 요구에는 “군수에게 명령하는 거냐”

  • 입력 2017.04.28 13:54
  • 수정 2017.04.28 13:58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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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송정리 만내골 주민들이 홍천군청을 방문해 군수와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노승락 홍천군수가 군청을 찾아온 만내골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있다.


돼지농가의 분뇨 악취에 시달리는 강원도 홍천군의 한 마을 주민들이 군수실을 찾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달라 요구했다. 홍천군은 대부분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지만 주민들의 절박함까지는 수용하지 못해 면담의 빛이 바랬다.

지난달 27일 홍천군 화촌면 송정리 만내골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20여명은 노승락 홍천군수의 집무실을 찾아가 만내골 돼지 농장들의 악취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지난달 18일 마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년 동안 쌓인 침출수로 인한 악취로 못살겠다며 군청 공무원들을 부르고 땅을 파 오염상황을 눈으로 확인시킨 바 있다.

만내골 주민 이제국 씨는 “지금 만내골 하천에는 똥물이 흘러내려가고 있다. 그것이 왜 발생하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군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 달라”며 “만내골 돼지농장들의 10년간 분뇨처리 실적을 공개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또 군수에게 제대로 상황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알고 자리에 배석한 담당 공무원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노승락 군수는 바로 홍천군상하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주민들의 식수 공급을 위한 상수도 설치 검토를 지시하고, 홍천군·주민·환경단체 합동으로 꾸려지는 조사·대책팀을 신설하겠다고 하는 등 주민들의 요구 대부분을 그 자리에서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요구사항 중 “환경오염이 명백히 드러났으니 일단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돼지농장을 당장 영업정지 시켜 더 이상의 추가 피해가 없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행정조치 시행여부는 법률에 따라 판단하는 것으로 여기서 판단은 어렵다”고 맞섰다. 결국 이씨와의 언쟁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돼 노 군수는 “군수에게 명령하는 것이냐”며 주민들을 남겨두고 다음 일정을 위해 군수실을 떠났다.

이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자리가 파한 뒤 군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원주녹색연합의 박성율 목사는 “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하는 지하수에 관한 오염 문제는 관련 법령이 있으니 군수의 지시로 예산을 배정해서 조사할 수 있다”며 “행정조치 등에 의지해 농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저감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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