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일단’ 대형마트 로컬푸드

유통과정 간소화로 비용절감 효과
자생적 로컬푸드 의미 퇴색 우려도

  • 입력 2017.04.28 13:19
  • 수정 2017.04.28 13:21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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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기업형 대형마트들이 운영하고 있는 로컬푸드 시스템이 이중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나름의 역할을 확립해 가고 있는 한편 기존의 자생적 로컬푸드 운동과는 이념이 달라 본연의 취지를 담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도입 10년만에 누적매출액 2,000억원을 돌파한 이마트 로컬푸드는 최근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2008년 전주점에서 매출액 3억원으로 첫 발을 내디딘 이래 현재 전국 79개 매장에서 연간 수백억원의 실적을 내는 안정적인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로컬푸드는 농산물의 신선도 확보와 더불어 유통마진 절감을 통한 생산자·소비자 쌍방 이익 확대 측면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이마트뿐 아니라 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표적인 대형마트들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각기 운영매장을 꾸준히 확대할 만큼 실적과 전망이 좋다.

대형마트 로컬푸드는 유통비용 절감 측면의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로컬푸드 본연의 취지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진은 로컬푸드와 일반 국산농산물이 혼재된 한 대형마트 채소코너.

하지만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한 로컬푸드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지역 로컬푸드 직매장을 예로 들면 농민들이 직접 팔고자 하는 물건을 가져와 판매가격을 기입한 뒤 자신의 이름을 표기해 진열한다. 농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비규격 농산물도 판매 가능하며,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면하고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마련된다.

반면 대형마트 로컬푸드는 본사 차원에서 총괄적 관리가 이뤄진다. 각 지역에 분포한 바이어들이 논밭을 물색하고 우량 생산자와 가격·물량을 결정해 구매계약을 맺는다. 지역 농산물을 곧바로 지역에 진열하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적인 직접구매계약과 다르지 않다. 상품 진열 또한 국산 농산물과 혼재해 있는 경우도 있으며 생산자 이력 표시는 소수의 희망자에 한한다. 지역 자생적 로컬푸드 운동에 대한 담당자들의 인지도와 이해도는 빈약하다.

물론 지역산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자체로도 큰 의미는 있다. 완주로컬푸드 ‘건강한밥상’ 구윤회 총무이사는 “대형마트 로컬푸드는 단순히 ‘로컬푸드’라는 영단어를 직역한 형태지만 너무 상업적으로만 빠지지 않는다면 나쁘지 않은 시도라 본다. 농가소득 증대 효과도 있거니와 농산물의 지역 자체 분산으로 유통체계 전반에 순기능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옥천로컬푸드 ‘옥천살림’ 주교종 상임이사는 “대형마트 로컬푸드는 단지 이익 극대화의 한 수단이며 지역단체와는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대안유통으로 자생하고 있는 로컬푸드를 자본시장에 내맡긴다면 또다시 기존 모습을 반복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허남혁 지역재단 먹거리정책·교육센터장은 “로컬푸드는 출발 자체가 글로벌푸드시스템의 대안으로 나온 것으로서 농민·소비자가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게 바람직하다. 일본처럼 그런 형태가 충분히 갖춰진 뒤에 대형마트 등이 동참한다면 그럴 듯한 그림이 되겠지만, 농가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지금의 기업주도형 로컬푸드는 장기적으로 농가의 조직화와 농가주도형 로컬푸드에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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