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강기갑 의원

권혁주(충남 부여군 초촌면 신암리)

  • 입력 2008.04.20 03:07
  • 기자명 권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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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미국방문을 두고 여러 곳에서 말들이 많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투자설명회를 하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발전에는 또 하나 숨은 공로자가 있다. 바로 한국을 믿고 자본과 기술, 노하우를 투자해준 외국의 투자자들이다. 여러분과 같은 외국 친구들이 없었다면 한국 발전은 불가능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기업친화적인 환경을 가진 나라가 될 것… 저는 확고한 비전과 경험, 그리고 강한 실천력을 지닌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

오늘 새벽 뉴스를 보면서 걱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말이 진심이 아니라 투자유치를 위한 단순한 립 서비스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농민 집회 자리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은 카길의 판매과장’이라고 하시던 정광훈 전농 전 의장님의 말씀과 오버랩 되면서 가슴이 시려옵니다.

얼마 전 부터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태안 앞바다 검은 기름띠의 흔적이 국민들 머릿속에서도 채 지워지기도 전입니다. 비료 값, 사료 값 폭등에 조공협상인 한미FTA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미국에서 요구하는 쇠고기 수입도 전면 허용할 모양입니다.

정말로 거침이 없습니다. 국가경제를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로 뛰어다니는 대통령의 안쓰러운 세일즈 외교에 박수라도 쳐드려야 할 모양입니다.

대통령이 미국에 가있는 동안 삼성 특검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10억원 가량의 세금을 내지 않았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도 구속되었는데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떼먹은 삼성 이건희 회장은 불구속이랍니다. 무릇 정치하는 사람보다 돈 버는 사람이 살기 좋은 세상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농정신문사의 갑작스런 원고청탁에 마음조리며 늦은 밤 컴퓨터 앞에 앉아 조금 다른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대통령선거 때부터 총선을 거쳐 지금까지 온 국민들의 머릿속은 ‘경제 살리기’란 말에 억눌려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각종 선거에서 ‘농촌 살리기’라는 이슈가 각 정당의 중요한 정책이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인지요. 쇠고기 수입과 한미FTA가 지난 선거의 쟁점이 될 수는 없었을까요.

우직하고 진실 된 농민들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강기갑 의원의 지난 의정활동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인 이방호 의원을 상대로 재선에 성공하게 했고 이번 총선의 가장 큰 사건·사고(?)로 떠올랐습니다.

농민의원이라며 촌스러운 한복입고 고무신 신고 거기다 수염까지 기른 농사꾼 국회의원이 어떻게 집권여당 실세를 꺾을 수 있었을까요? 한·칠레 FTA, 쌀 수입개방, 한미FTA까지 무슨 문제만 터지면 허구한 날 단식투쟁만 하는 떼쓰기 정치인이 어떻게 한나라당의 아성인 경상도에서 대이변을 일구어낼 수 있었을까요?

그럴 리 만무하겠지만 한미FTA 문제를 설득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농촌에 온다면 그는 농민들에게 과연 무슨 말을 할까요?

만약 강기갑 의원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면 미국 투자자들 앞에서 어떤 얘기를 했을까요? 강기갑 의원의 당선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4월 봄볕이 초여름만큼이나 따갑습니다. 바쁜 시절 다가오기 전에 빨리 답을 찾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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