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농사와 한의학

  • 입력 2017.04.23 10:51
  • 수정 2017.04.23 10:54
  • 기자명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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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박현우(경희도담한의원 원장)

제가 한의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게 도와주신 은사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봐야 한의학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요새 사람들 농사를 모르니 한의학을 잘 모르는 것이다.”

한의학은 황제내경과 상한론, 동의보감 등을 열심히 읽고, 명의들의 처방전을 공부하며, 틈틈이 서양의학 공부도 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왠 농사란 말입니까. 대체 농사와 한의학은 어떻게 맞닿아 있을까요?

 

농사는 하늘과 땅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람이 이리저리 하늘과 땅을 조절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이지요. 결국은 하늘과 땅이 어떠냐에 따라서 농사가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작물에 맞게 적당히 따뜻하거나 서늘해야 하고, 적당히 비를 내려야만 합니다. 너무 춥거나 더워도 안되고, 너무 건조하거나 비가 많이 와서도 안되지요.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물에 맞게 적당히 배수가 돼야 하고 적당한 양분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 물이 잘 빠지거나 안 빠져도 안되고 양분이 너무 많거나 적어서도 안 됩니다.

한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의학에서는 하늘과 땅이 육기(六氣)와 체질입니다.

육기란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 하늘의 날씨를 말합니다. 즉 하늘이 우리 몸에 영향을 준다는 말입니다. 농사를 지을 때도 추우면 작물이 얼고, 더우면 늘어지고, 건조하면 말라붙고, 습하면 썩게 되지요? 우리 몸도 작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병이 든다는 것은 육기로 인해 얼거나 늘어지고, 마르거나 썩어서 병이 든다고 본 것입니다.

체질이란 땅의 상태와 같습니다. 하늘에서 비를 적당히 내려도 땅에 물이 잘 빠지지 않으면 작물은 썩기 쉽고, 땅에 물이 너무 잘 빠지면 작물은 마르게 됩니다. 산이었던 땅과 바다였던 땅은 품고 있는 염분도 다르고 양분도 다릅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이 먹어도 어떤 사람은 살이 찌고, 어떤 사람은 살이 찌지 않습니다. 체질이 다른 것이지요.

만약 어깨가 아픈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한의학에서는 먼저 육기와 체질을 중요하게 살핍니다. 이 사람의 몸이 얼어있는지, 늘어졌는지, 어디가 말라있고 어디가 습한지, 오장육부 중 어느 장부가 강하고 약한 사람인지 관찰합니다. 이러한 과정이 어깨의 회전근개가 파열되었는지, 석회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작물이 병들었을 때 작물 그 자체에 어떤 병이 도는지도 중요하지만 땅의 상태나 주변 온도, 습기, 날씨를 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이겠지요.

 

사람은 늘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갑니다. 하늘과 땅에 때로는 순응하면서, 때로는 저항하면서 중심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우리가 하늘과 땅 사이에 살아가는 것을 잊고 삽니다. 그래서 부끄러움도 잊고 사는 듯 합니다. 아마도 농사를 짓고 살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단연코 농사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농사짓고 계신 모든 농민분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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