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해 말 박근혜 정권 탄핵운동의 선봉에 섰던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김영호, 전농)의 트랙터 행진 및 집회에 경찰이 내린 금지 처분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전농은 지난해 ‘전봉준투쟁단’을 결성한 뒤 트랙터와 트럭를 몰고 11월 25일까지 청와대 앞으로 행진해 전국농민대회를 연다는 집회·시위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서울종로경찰서는 교통소통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전농의 집회에 금지 처분을 내렸고, 전농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지난 1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고 전농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주문에 앞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따라 교통소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경찰의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그 재량권에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뒤따라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농기계와 화물차량이 교통소통에 심각한 불편을 초래할 것이 인정돼 금지 처분을 내렸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차량을 주차하거나 대열을 이뤄 운행하는 정도의 제한만으로도 공익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경찰은 제한조건을 부가해 집회 및 시위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검토해야할 재량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경찰은 집회와 행진 방법을 조율하기 위해 협의를 시도했으나 전농이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을 폈으나, 재판부는 “전농측 관계자와 협의를 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고, 설령 전농이 협의에 응하지 않았다하더라도 재량의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시위를 전면 금지할 것인지 일정한 조건 내에 허가할 것인지는 집시법에 따른 경찰의 재량이므로 금지 처분은 적법했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량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재량은 행정청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를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재량에 담긴 의무 불이행은 처분의 위법사유로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고 밝혀 경찰이 충분한 고려 없이 무조건적인 집회 금지 처분을 내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당연한 판결이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해왔던 정부 공권력을 향해 늦었지만 경종을 울렸다고 본다”고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이번 판결, 나아가서는 이번 재판 자체가 광장의 촛불 시민들이 보여준 저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 모른다”며 “전농은 앞으로도 이 나라의 법치를 망치는 무리들과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