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24] 물이 안 나와요

  • 입력 2017.04.21 15:17
  • 수정 2017.04.21 15:19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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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과수원을 조성할 때 관수시설까지 했다. 친환경 약제나 4종 복합액비를 관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물이었다. 지하수 대공을 파려면 적어도 800만원 이상의 거금이 소요된다고 하여 망설이고 있던 차에 아랫집 서울 친구들이 매입한 밭에는 지하수 대공이 이미 파여 있어서 그 물을 같이 쓰라고 배려했다. 100m 정도 떨어져 있으니 호스를 통하여 끌어 오면 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대공이 파여 있기는 하나 모터 사이즈가 작고 물탱크도 없기 때문에 수중모터와 인버터를 달아야 하는 것이었다. 모터의 마력수를 높이고 인버터를 설치하면 물탱크 없이도 바로 지하수를 뽑아 친구네와 나의 농장에서 함께 지하수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이 약 150여만원이 소요됐다.

나로서는 800여만원의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 친구들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150만원도 친구들과 나눠 부담했으니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겨울을 지나 금년 봄에 지하수를 사용하려고 하니 전혀 반응이 없었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고, 이리 저리 살펴보고 틀어 보아도 물은 나오지 않았다. 난감했다. 아파트 같으면 관리소에 전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지만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은 지난해 시공해 주었던 지하수개발업체였다. 그들은 컨트롤박스라는 것을 달면 된다고 했다.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40만원이란다. 더군다나 물을 쓰다가 끌 때마다 컨트롤박스에 직접 가서 꺼야한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물을 사용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물탱크를 설치하면 된다고 했다. 비용은 150만원. 말도 안 되는 제안에 그게 말이 되느냐고 언성을 조금 높였더니 그럼 컨트롤박스 안 달고 떼어 가면 될 것 아니냐고 오히려 화를 내고는 가버렸다. 고쳐줄 생각은 하지 않고 지난해 거금을 들여 달아 놓았는데 1년 만에 또 거금이 든다고 하니 난감하고 언짢았다.

초보 농사꾼의 속을 썩인 관수시설은 인버터 센서를 교체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됐다.

이렇게 실랑이를 하는 동안 거의 3주가 지났다. 시공업자가 화를 내고 가버렸으니 더 이상 논쟁하기도 싫었고 실력도 없어 보였다. 동네 철물점 사장께 사정을 얘기했더니 인버터 제조회사인 W사에 직접 전화를 해 보라고 권했다.

곧장 W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W사는 자체 서비스센터가 속초에 있으니 전문기사를 보내 직접 보게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다음날 달려온 기사는 체크해 보더니 인버터의 센서가 겨울을 나면서 고장이 났으니 그것만 교체하면 된다면서 간단하게 센서를 다시 달았다. 금방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왔다. 비용도 10만원이었다. 세상에 이렇게 간단하게 고치는 것을.

지하수개발업체가 아니라 제조회사의 서비스센터를 이용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을 한 달여간 씨름 했다고 생각하니 맥이 풀렸다. 그러나 초보 농사꾼이 농촌생활에서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정보가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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