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업에서 쫓겨나고 농토마저 빼앗기는 농민

  • 입력 2017.04.21 11:27
  • 수정 2017.04.21 11:35
  • 기자명 김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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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정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토마저 빼앗아 농민이 농업에서 밀려나게 됐다.”

충남 당진의 대호간척지 임대영농경작자 결정 과정의 불공정성에 실망한 농민들의 넋두리다.

지난해 촛불광장에서 시작된 적폐청산 요구도 농촌에선 한낱 메아리에 불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돼 감옥에 갔지만 그의 정책은 아직도 살아 있다. 현재 밥쌀수입과 대북지원 중단으로 쌀값은 반토막 직전이다. 이를 명분으로 정부는 급기야 정부가 소유한 간척지에 쌀대신 조사료(풀) 재배를 확대한다며 당진에서도 283ha의 대호간척농지를 임대농민들로부터 회수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8일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공사)는 조사료단지 임대를 위한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문제는 심의위원회 구성에서 조사료와 직접 관련있는 당진시청 축산과와 당진축협 그리고 당진한우협회에는 별도 고지없이 당진낙농협동조합(당진낙협)만 참여시킨 채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당진낙협은 자신들의 우수한 조사료재배 능력과 당위성을 설명했고 결과적으로 당진낙협이 바라는 심의안 1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경용 당진낙협 조합장은 앞서 지난 2월 언론을 통해 “올해 우리조합은 대호지간척지 400ha를 추가로 임대해 모두 650ha 규모의 조사료생산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혀 임대영농경작자 사전 선정 의혹도 일었다.

특히 지난달 23일자 임대영농공고를 보면 신청자격 대상에 당진축협과 당진낙협만 적시돼 있는데 당진축협은 일찍부터 불참의사를 밝힌 상태였다. 공고이후 당진시농민회와 당진한우협회가 반발하면서 공사측은 신청자격을 일반영농법인에게도 주는 것으로 불만을 봉합했다.

그 후 신청마감까지 당진한우협회와 당진낙협을 포함해 총 6개 법인이 임대영농신청을 했다. 이에 당진한우협회와 당진시농민회는 당진낙협이 심의위원으로 참석해 놓고 임대신청을 한 것이 제척사유에 해당한다며 공사에 신청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당진한우협회와 농민들은 즉각 어기구 의원에 철저한 조사와 시정을 요구했다. 이후 당진낙협과 공사 그리고 당진한우협회를 포함한 신청법인들이 공사에 모여 47ha씩 균분해 경작하기로 합의했다.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결국 계약주체가 당진낙협이어야 각종자금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현재는 마지막까지 남았던 당진한우협회는 이의신청을 철회했고 경작자 선정을 위한 추첨권리도 포기한 상태다. 다만 당진시농민회 소속 농민 법인만 이의신청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특히 당진시농민회는 농번기라 당장은 어렵지만 끝까지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사의 조사료단지 선정 과정은 당진낙협과 기업농 중심으로 편향됐다는 것이 농민들의 목소리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생존권을 지켜야할 농협이 앞장서서 농민들의 농토를 빼앗아 일할 권리마저 박탈시키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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