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새 희망의 길을 찾다 ④] 전남 서진도농협

변화하며 함께하는 서진도농협

  • 입력 2017.04.21 11:14
  • 수정 2017.04.29 14:19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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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농협법 개정안이 일부 수정 끝에 국회를 통과하며 농협중앙회 사업구조 개편이 결국 지주체제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사업구조 개편 전면 재평가 및 경제사업연합회 체제로의 전환 등 농협 개혁을 요구하는 농업계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이에 <한국농정신문>은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와 공동기획으로 매월 1회 모범적 지역농축협의 목소리를 통해 농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새롭게 모색할 계획이다. 

경제사업 확대 위한 ‘체질개선’ … 다양한 시도로 변화 모색

김영걸 전남 서진도농협 조합장(앞줄 왼쪽 세 번째)과 임직원들이 지난 17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에 위치한 농협 조합장실에서 해초와 접목한 진도 특산물을 앞세우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 팻말은 농협이 7월 건조를 목표로 추진중인 차도선 조감도다. 한승호 기자

관매도와 조도 등 아름다운 섬을 품은 전남 진도는 국내 청정지역으로 손꼽힌다. 전국에서 일일 평균 일조량이 가장 많아 검정쌀을 비롯해 월동채소인 배추와 대파 등 각종 특산물도 인기다. 이를 배경으로 다양한 경제사업을 시도하며 끊임없는 변화를 만드는 농협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서진도농협(조합장 김영걸)이다.

지난 17일 서진도농협에서 만난 김영걸 조합장은 무엇보다 “협동조합의 원칙을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 아래 신용사업에 쏠리지 않고 경제사업과 균형을 맞추려 애쓰고 있다”며 서진도농협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설명했다.

수탁사업으로의 전환은 ‘고육지책’

지난 2015년 3월 김 조합장 당선 이후 서진도농협은 농산물 수매에 있어 기존 매취사업을 수탁사업으로 전환했다. 여러 농협에서 매취사업이 손실의 원인이 되고 농산물가격도 불안해 매취사업으로 농협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손실에 대한 부담으로 매취사업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지역농협의 사례도 많았다. 서진도농협도 기존엔 지역 주산물인 대파를 전체 생산량의 3% 정도만 매취로 계약했고, 검정벼 등 나락도 소량만 계약했다.

또한 매취사업의 경우 농협 농산물이라는 생각에 농가 관심도가 떨어지는 경향도 뚜렷했다. 여기에 더해 매취사업으로 수확기 전에 한 번에 목돈이 생긴 농가가 이 돈을 일시에 사용하곤, 또 다시 빚을 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반복됐던 상황도 수탁사업 전환의 배경이 됐다.

이로 인해 서진도농협은 수탁사업으로 전환하며 두 가지를 중요하게 고려했다. 첫째는 수탁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농가에서 더욱 농산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과 농가에 매달, 혹은 분기별 고정수익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서진도농협의 수탁사업은 계약시 초기계약금을 지급하고 수매시 전체 대금의 80%, 이후 판매가 완료되면 남은 20%를 정산하는 방식이다. 농가에선 돈이 쪼개진다는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선 선지급되는 금액에 대한 이자차액도 이익이다. 서진도농협은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진도군에서 이자차액을 지원받으며 농업인월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서진도농협은 검정벼의 경우 기존 3만가마에 불과했던 매취사업량을 수탁사업으로 전환하며 올해는 농가생산 전량인 7만가마를 수매할 계획이다. 수탁사업 전환을 통해 경제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경제사업 확대에 대한 내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수탁사업 형식이라 무리 없이 진행 중이다. 결국 수탁사업 전환은 서진도농협에 있어선 협동조합답게 경제사업 중심의 농협을 만들어가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대파 물류개선화·농작업대행·친환경농업기반 조성 등 시도

체질개선에 나선 서진도농협은 다양한 시도를 병행하고 있다. 대파 주산지인 만큼 여러 문제 중 무엇보다 물류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 배추는 망이라도 씌웠지만 대파는 30년 전과 마찬가지로 흙대파로 유통돼서다. 이렇다보니 유통과정에서 뿌리와 윗부분을 자르고, 한 번 더 까는 비용이 발생한다. 대파 1단(1kg) 당 126원 정도다. 5톤 트럭에 7,000단을 싣는데 10% 이상이 버려지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다. 서진도농협은 5kg 물류박스 도입 등 대파물류개선화사업을 위해 농협중앙회에서 무이자자금 30억원을 지원받았다.

또한 기존 농기계 임대사업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농작업대행사업도 본격화한다. 서진도농협은 지난해 4만평에 대파 기계정식 대행사업을 했고, 올해는 12만평 정도로 늘렸다. 더불어 다른 작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진도농협의 이런 방침엔 농협이 농작업을 대행할 경우 비용이 줄 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강화된다는 분석이 작용했다. 무엇보다 고령화로 영농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농촌의 현실 속에서 중소농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김 조합장은 “결국 농기계는 빚이고 국가는 농민들이 농기계 때문에 얼마나 골병이 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농기계 문제는 우리나라 농업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친환경농업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을 들이는 건 미생물배양장이다. 대파나 배추 등 신선채소는 수입산으로 대체가 쉽지 않은 만큼 진도에선 주력 농산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장이 더뎌지는 현상이 눈에 띌 정도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심은 대파가 본격 성장기인 1~3월에도 예전보다 성장이 주춤하다. 화학농법 등 관행재배로 인한 지력저하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서진도농협은 기존에 토양 위로 살포하는 형식적 방식이 아닌 관개시설을 통한 토양속 대량관주로의 토양개선을 구상중이다.

서진도농협은 다양한 시도 속에서 조합원의 주인의식을 깨우기 위한 사업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결국 주인의식을 가진 조합원이 협동조합 다운 협동조합을 만드는 원동력이라서다. 이에 조합원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작목반이나 보리밀 공동방제 신청조합원, 대파 기계정식 신청조합원 등을 묶어 회의를 통해 임원을 선출하고 자율적 결정으로 농협 운영에 참여토록 했다.

협동조합의 원칙 아래 경제사업 중심으로의 체질개선에 나선 서진도농협의 실험은 이제 불과 2년이 지났다. 배추 저장창고 외엔 그 흔한 RPC(종합미곡처리장), APC(산지유통센터)조차 없던 상황에서 DSC(벼 건조·저장시설)를 짓는 등 기반조성과 함께 경제사업 규모도 서서히 늘고 있다.

한편, 공동취재에 나선 좋은농협만들기운동본부 이경태 총무(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원)는 “농협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뿐 아니라, 농민간의 협동기반 부족으로 경제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기존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주목되는 사례”라며 “생산 및 유통 측면에서 적극적인 투자와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농민들의 주체성과 협동의식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세심하게 배치함으로서 조합원-조합원, 조합원-농협 간의 협동력을 강화해 나가는 모습을 눈여겨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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