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올해는 나라가 잘해줬으면 좋겠어”

어김없이 볍씨 뿌리는 농민들 … 최북단 철원평야 못자리 ‘한창’

  • 입력 2017.04.16 11:58
  • 수정 2017.04.16 12:06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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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토성리 들녘에서 박광천(60)씨와 마을 선후배 농민들이 노지못자리를 하고 있다. 이날 못자리에 쓰인 볍씨는 총 220kg, 모판은 1,200개로 약 1만평의 논에 모내기를 할 수 있는 양이다.
같은 날 김화읍 도창리의 한 하우스에서 농민들이 볍씨와 상토가 뿌려진 모판을 일렬로 가지런히 놓고 있다.
논바닥에 모판을 가지런히 놓은 농민들이 물을 대기 전 비닐을 씌우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풍년 농사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라에서 잘해서 쌀값이 좀 오르면 바랄게 없지. 해마다 쌀값 하락 소식만 들리니 우리야 뭐, 그게 걱정이지. 이게 천직이라 농사야 열심히 짓는다고 하지만…. 제발 올해는 나라가 잘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 우리도 살지. 모든 물가는 오르는데 늘 쌀값만 떨어지니 거 참, 가을에 쌀값이 없으면 그것만큼 허탈한 게 없어.”

봄이다. 어김없이 볍씨를 뿌린다. 상토를 한다. 바닥을 가지런히 편 논에 모판을 놓는다. 볍씨가 뜨지 않도록 모판을 꾹꾹 밟는다. 촘촘히 하우스 대를 세우고 비닐을 친다. 삽으로 흙을 퍼 비닐을 고정시킨다. 논 옆 관정에서 지하수를 끌어 올려 물을 댄다. 마을 선후배 10여명이 모여 반나절 가까이 울력을 한 끝에 못자리를 마쳤다. 일 년 농사의 시작인만큼 들인 공력도 남다르다. 품앗이에 나선 농민들도 제 논처럼 신경을 곤두세운다.

허나, 못자리를 끝낸 시원함 보다 올 가을 수확기 쌀값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못자리를 끝내야 발 뻗고 잔다는 말은 이제 흘러간 옛말이다. 시대가 그렇게 변했다. 해마다 최저가를 갱신하는 쌀값에 ‘일미칠근(一米七斤)’의 수고로운 노동도 빛바랜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볍씨를 뿌리는 농촌의 봄은 활기차다. 웃음과 여유가 넘친다. 행여 일손이 더뎌지면 농에 가까운 타박도 이어진다. 바람도 쉬어갈 무렵, 트럭 적재함에 모여 묵사발을 안주로 마시는 소주 한 잔도 일에 신명을 더한다.

못자리를 끝낸 모판에서 하얀 촉(새싹)이 터 모내기를 할 즈음이면 국민의 부름을 받은 새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다. 적폐청산, 부정부패 근절,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더불어 “제발 올해는 나라가 잘해줬으면 좋겠어” 이 말에 오롯이 담긴 농부의 함의를 읽고 실현시켜야 한다. 단결된 농민의 힘으로 일궈낸 ‘못자리대선’이 갖는 의미다.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른 농촌의 봄, 못자리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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