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민표가 줄어드니 대선후보들도 이제는 신경을 안 쓴다. 농민을 업신여기는 것인데 큰 코 다칠 것이다. 지역에서도 시장선거나 국회의원선거 때 농민회가 주최한 토론회에 불참한 후보는 현역도 상관없이 다 낙선했다. 농민들의 요구를 좌시하고, 묵과, 묵살하면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를 것이다.”
충남 당진 신평면에서 쌀과 감자농사를 짓는 한기준(51)씨의 경고다. 한씨는 지난 10일 열린 대선후보 초청 전국농민대회에 각 당 후보들의 각오도 듣고 농민들의 목소리도 전하고 싶어 참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대회엔 김선동 민중연합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만이 참석했다. 유력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불참했다. 박근혜 농정으로 파탄난 농심에 기름을 부은 격. 이를 성토하는 농민들의 목소리엔 분노감이 서려 있었다.
한씨는 “여당 후보야 탄핵촛불이 그들의 지옥문이었는데 올 거라고 생각도 안했다”고 잘라 말했다. 어차피 박근혜 정권을 세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엔 기대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은배(48) 정선군농민회장은 “지난 2002년 11월, 농민들이 30만항쟁을 결의하며 모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야당 대선후보들이 서로 나와 얘기하려고해 농민들이 사수대까지 조직했었다”며 “농민을 무시하는 작금의 현실이 여실히 반영된 것이 오늘의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송영욱 완주군농민회장은 “탄핵촛불대회가 열린 수개월간 버스를 동원해 서울로 올라왔는데 그 공을 다른 쪽이 가져갈까봐 걱정”이라며 “말 그대로 죽 쒀서 개주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유력후보들도 농민들 입장에선 피차일반이라는 것이다.
송 회장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대의원대회와 원탁회의 등을 통해 대선후보와 창당 등을 논의해왔지만 결정이 나지 않아 일부가 민중연합당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대중조직답게 회원들의 동의를 과반 이상 받은 후보가 있으면 더 힘이 나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전북 익산에서 쌀 농사를 짓는 김주영(53)씨도 “문 후보와 안 후보가 탄핵 국면에선 숨어있더니 대선판이 벌어지니 나왔다. 그나마 농민을 생각하는 진보후보도 너무 세가 약해 걱정”이라며 “농민과 국민이 탄핵은 만들었는데 선택지가 잘 안 보여 너무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유력 후보의 불참이라는 현실 속에 성난 농심을 전하면서도 착잡한 심경을 밝혔다. 물론 이날 대회가 농업혁명의 끝이 아닌 시작임을 분명히 했다. 농민들은 “농번기라 너무도 바쁜 시기지만 이날 대회에서 10대 과제를 통해 농업혁명에 대한 마음을 모은 만큼 지역으로 돌아가 농민을 위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뜻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