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심상정 후보의 허허허허한 농업정책

  • 입력 2017.04.14 09:36
  • 수정 2017.04.14 09:41
  • 기자명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성전면지회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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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 재배면적은 2009년 20만2,000ha에서 2015년 8만3,000ha로 감소했다. 인증농가수도 2009년 19만9,000 농가에서 6만8,000 농가로 줄었다. 2001년 제 1차 친환경농업 발전계획수립 이후 매년 48%씩 증가하던 시장규모도 2009년 3조8,000억원을 정점으로 2015년엔 1조2,000억원 규모로 감소폭이 가파르다.

이처럼 친환경농업이 확대일로에서 가파르게 무너져 내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농민들 입장에선 일은 고되고 돈은 안 되는 농사이기 때문이다. 2016년 11월 전남에서 유기농 나락이 40kg 기준 4만원에 팔렸다. 지자체 보조금을 합한 금액이다. 2017년 친환경 겨울대파 가격이 관행 대파 가격과 거의 같았다. 선호가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친환경 직불금을 밭 농업까지 확대하고 지자체 차원에서 직거래를 활성화 시킨다고 하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다.

한국사회는 이미 중산층이 무너졌으며 양극화는 극심하다. 1%의 부자가 돈 많다고 하루에 열 끼 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일하는 청년, 아이들 학원비를 조달하지 못하는 비정규직 가장, 하루에 12시간 일하고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식당 알바 여성에게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다는 친환경 농산물은 언감생심이다.

2000년대 후반 웰빙 바람을 타고 잠시 활개를 치는 듯 하던 친환경농업은 2008년 이후 급속하게 떨어진 나락값과 세계적 경기침체에 날벼락을 맞았다. 저성장 장기불황체제에서 민중의 지갑은 깃털처럼 가볍다. 오늘날 유행하는 농업의 6차 산업화는 농업의 제조업화이다. 농민에게 유통과 가공까지 책임지는 슈퍼맨이 되라는 것이다. 농민의 경쟁 상대가 중소기업 사장까지 확대됐다. 농업의 6차 산업화는 창조경제의 농업분야 버전으로 이것 역시 친환경농업과 같은 운명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에게 ‘좁은 틈이지만 노력하면 적어도 나는 살 수 있다’고 세뇌한다. 신자유주의는 인간을 극단적으로 개별화시킨다. 친환경 농업과 농업의 6차 산업화는 국제화, 개방화, 세계화의 그림자다.

4월 10일 대선후보들을 초청해 무언가를 듣고 무언가를 명령하겠다는 농민단체의 통첩을 듣고 집회현장에 온 후보는 김선동 후보와 심상정 후보다. 김선동 후보야 한-미 FTA를 반대하며 최루탄을 뿌리고 19대 국회 농해수위에서 정책상 그 선명성이 도드라진 의원이었다. 특히 전농이 일관되게 주장한 국가수매제를 발의하고 쟁점화 시킨 장본인이기에 농업정책에서 전농과 거의 오차가 없다. 개방농정, 저곡물가 정책, 농지투기는 그가 청산하겠다는 3대 적폐인데 그 크기가 역사만큼 깊고 강고한 것이어서 그야말로 혁명적 발상이 필요한 주제다.

그에 비해 심상정의원은 친환경생태농업으로 대전환하자고 하면서 농업의 살길은 그 길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쌀을 친환경농업으로 재배해야 한다면서 농지가 줄어들어 생산량이 감소하는 시점이 정책전환의 적기라는 믿지 못할 말을 했다. 친환경농업을 육성할 방법으로 직불제를 확대한다는 것은 이전 보도에 나온 것인데 농민이 생산한 친환경 농산물의 가격보장은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대책이 없다. 소득지지 정책과 가격지지 정책이 어떻게 독립적이며 어느 지점에서 연동되어 있는지 기본 개념 자체가 불확실하다.

심상정 후보는 보조금과 직불금 규모를 5조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농업정책의 핵심은 소득이며 그것의 핵심은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심상정 후보가 주장하는 ‘농민 수입의 3분의 1을 직불금으로 주겠다’는 것은 현재 유럽연합 국가가 평균 지급하는 농가소득 대비 직불금 규모 17%의 2배 수준으로 한국의 현실에서 약 12조의 예산이 투여돼야 한다. 차라리 그 돈으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하자고 주장했어야 한다.

1997년 친환경농업 육성법이 제정된 이유는 UR협상 타결 이후 밀려오는 외국 농산물과 경쟁하라는 것이었다. 정부에 의지하지 말고 ‘덴마크 농민과 경쟁하라’면서 농업에 대한 국가적 통제를 포기하면서 나온 정책이다.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좋은 친환경생태농업을 육성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그게 무슨 혁명적 발상이라거나 그것밖에 길이 없다는 것은 우습다. 4조식 콤바인을 5조식 콤바인으로 교체하는 것을 혁명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김선동 후보처럼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해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수입 농산물 총량제를 실시한다거나 투기농지를 국가가 전량 반 강제적으로 매입해 농민에게 장기무상 임대하는 것 정도가 돼야 혁명이랄 수 있다. 전봉준투쟁단이 오토바이 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혁명을 선동했다면 국민이 농민을 뭘로 봤겠는가. 참석도 안 한 문재인과 안철수는 왜 가만 놔두냐면 그들은 스스로 진보라고 말하고 다니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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