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농업, 어떻게 보듬을까

  • 입력 2017.04.09 00:28
  • 수정 2017.04.09 00:29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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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박근혜 시대는 갔다. 머물렀던 자리 곳곳이 황폐하지만 유독 농업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이제 새로운 농업정책을 세울 때다. 지난 정권의 폐해를 극복하고 새 농정을 설계해야 침체된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박근혜 농정 평가와 새정부 농정방향’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들이 패널들의 토론 내용에 귀 기울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 계절, 겨우내 불어닥친 모진 칼바람을 이겨내고 마침내 노랑빛 다홍빛 봄을 준비하는 것이 비단 풀과 나무만은 아니다. 4년이라는 긴 겨울동안 그네들이 저질러놓은 실정은 우리 사회 곳곳에 시린 얼음조각으로 남아 깊숙하게 박혀 있다. 파편 같은 얼음조각을 녹여내고 그 상처를 보듬는 일은, 봄을 불러왔고 또 봄을 만들어 가야 할 우리들의 몫이다.

박근혜정권 4년. 정치·경제·문화·복지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퇴보와 파행이 일어났지만 농업만큼 치명적인 폭력을 당한 분야가 또 있을까. ‘농식품 수출’과 ‘6차산업’이란 때깔 좋은 구호를 외치는 사이 주식인 쌀이 전면개방됐고 대자본의 손길이 농업을 침범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쌀값이 30년 전으로 회귀하는가 하면 밭작물 폭락은 이제 만성이 됐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빈번했던 가축전염병의 발생 책임은 오롯이 농민들에게로 돌아갔다.

농민들의 분노 역시 어느 때보다 드셌다. 거듭된 폭락과 수입에 지역을 가리지 않고 농민집회가 잇따랐으며 전국단위 서울 상경집회는 해마다 그 규모를 키워 갔다. 국가권력이 끝내 한 농민의 목숨을 빼앗았지만 농민들은 모두가 백남기가 되어 그네들을 압박했고, 전봉준이 되어 그네들을 심판했다. 농민들이 표출한 분노의 크기가 그동안 그들이 감내해 왔던 차별과 억압의 크기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은 끝이로되 봄은 이제부터다. 겨울이 모질었던 탓에 너무나도 피폐해진 우리 농업이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꽃 한 송이를 피워내기 위해 애를 태우고 힘을 쏟아붓지 않는다면 노랑빛 다홍빛 꽃이 흐드러진 봄 풍경은 기대할 수 없다.

새로운 정권의 탄생을 앞둔 지금이 변화의 적기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농업계에서도 망가진 농업을 복구하고 체질을 바꿔낼 정책을 새 정부에 투영하기 위한 노력들이 한창이다. 농가소득 안정과 식량자급률 제고, 직불제 개편과 농협개혁, 친환경농업 보장과 여성농민 권익 향상. 각종 토론회와 연대제안을 통해 농민들은 그 동안 정권으로부터 외면받고 무시당했던 자신들의 절절한 요구를 다시 한 번 소리높여 주장하고 있다. 봄 다운 봄, 따뜻하고 화사한 봄을 만들기 위한 실로 필사적인 노력이라 하겠다.

철학이 결여된 섣부른 농정의 폐해와 말로를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확고한 농정철학을 가진 정권을 세우는 일, 혹은 그렇지 못한 정권에 확고한 농정철학을 주입시키는 일은 그래서 농민들이 애지중지 짓고 있는 그 어떤 농사보다도 중요하다.

<한국농정> 또한 새 정권 선택을 앞두고 농정방향 제안 토론회를 마련하며 이같은 농민들의 노력에 작은 정성이나마 보태고자 한다. 지면에 소개한 토론 내용들이 아무쪼록 새 정부의 농정에 반영돼, 우리 농업의 화사한 봄날을 수놓을 고운 꽃으로 만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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