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23] 스승과 제자

  • 입력 2017.04.08 23:43
  • 수정 2017.04.08 23:48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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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김성훈 전 장관께서 양양으로 오셨다. 어렵게 일정을 잡아 양양군 친환경 농업대학에서 특강을 하시기 위함이었다. 늘 그렇듯 사모님께서 손수 운전하셔서 경춘고속도로와 미시령을 넘어 양양으로 오셨다. 옛날 같으면 6시간 이상 걸려야 올 수 있는 길이지만 지금은 2시간 반이면 서울에서 올 수 있고, 8월부터는 춘천(동홍천)에서 양양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되면 2시간이면 충분히 올 수 있는 지근거리가 됐다.

나의 대학시절 스승이었고 평생의 멘토이신 선생님을 서울이 아닌 나의 고향 양양에서 뵙는다는 것은 나를 몹시 설레게 했다. 농장도 방문하고 양양의 친환경 농민들에게 좋은 말씀도 들려주기 위함이니 며칠 전부터 기다려졌다.

강의가 있는 날 오전 10시반경에 물치해변으로 마중 나가 2km 정도 떨어진 나의 농장인 양양로뎀농원으로 모셨다. 멀리 바다가 보이고 뒤로는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농장의 형세가 꼭 ‘황새가 알을 품은 듯하다’ 는 격려의 말씀과 함께 우리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칭찬해 주셨다. 점심은 양양에서는 유명한 자연산 가자미 회 전문집으로 모셨다.

1시반부터 시작된 친환경 농업대학은 평소 수강생은 물론 청강생까지 참석하여 작은 강당을 가득 메웠다. 원래 탁월한 청청 자연조건을 가진 양양이지만 친환경 농업이 본격적으로 시작 된지는 얼마 안 되는 지역이다. 최근 군 당국이나 농민들이 친환경 농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선생님은 역시 대한민국 최고의 유기농 대부답게 두 시간 여를 쉬지도 않고 왜 유기농업을 해야 하는지를 쉽게 그리고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셨다. 수강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강의가 끝난 후에도 특유의 친화력으로 농민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사진도 찍으셨다.

스승과 제자 사이인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왼쪽)와 김성훈 전 장관(가운데)이 윤 교수의 고향인 강원도 양양에서 만났다.

20대 때부터 모시며 배워온 선생님은 이제 79세가 되셨고 나는 65세가 되었다. 45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가 대학 다닐 때나, 농촌경제연구원에 다닐 때나, 미국 유학시절이나, 교수시절에도 그 오랜 세월 동안 항상 내 편에 서주셨고 격려해 주셨다. 무엇보다 농업경제학자는 농민을 가운데 두고 연구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올곧은 학자의 길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셨다.

그럼에도 나는 선생님을 잘 모시지는 못한 것 같다. 평소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살뜰하게 이것저것 챙겨 드리지도 못했다. 앞으로는 좀 더 잘 모시고 싶고 백수 이상을 건강하게 누리시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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