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한-미 FTA 발효 5년 유감

  • 입력 2017.04.08 23:41
  • 수정 2017.04.08 23:42
  • 기자명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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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FTA가 5주년을 지냈다. 특히나 우리 농민, 농업계로썬 이루 다할 수 없는 착잡함으로 맞이한 5년이리라. 하지만 이른바 주류언론이나 방송의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 외려 한-미 FTA 반대했던 정당이나 인사들은 사과하라는 논조다. 가장 격렬히 반대했던 쪽이 농업계니 사과자 명단에 집단으로 이름을 올려야 할 판이다. 그렇다면 뭘 사과해야 할까? 모르긴 해도 “아직도” 안 망해서 죄송하다고?

정부나 재계 그리고 보수언론이 떠벌리는 한-미 FTA 5년의 성과는 엄청나다. 첫째는 세계경제가 불황인데도 한-미 FTA 덕분에 양국간의 교역량은 “덜 줄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한-미 양국이 각각의 시장에서 점유율이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건대, 10년 전 날이면 날마다 외쳐대던 GDP 5.6% 증가, 일자리 34만개, 수출증가, 소비자후생증대,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 외국인투자 증가 등등 한 손에 꼽기도 힘든 경제효과는 온데간데없다. 여기에 FTA를 통해 미국시장을 선점한다던 시장선점론도, 시장개방을 통한 서비스산업 경쟁력강화론도, 미국식 법과 제도도입을 통한 제도선진화론도 없다. 다 없어졌다. 그 자리를 대신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교역량과 점유율이 늘었다는 소도 웃을 초라한 성과를 들이 밀고 다 같이 축하하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첫째, 정부가 약속했던 성장, 일자리, 투자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10년 전에도 그렇고 10년 후도 마찬가질 것이다. 그 반대로 한국경제의 저상장기조는 날이 갈수록 공고화되고 있다. 사실 정부 말대로 FTA 한 건 할 때마다 GDP가 그렇게 올라가면 이미 50개국 이상과 FTA를 체결했으니 성장률이 10%대는 돼야한다. 새 일자리는커녕 있는 일자리 건사하기도 급급하다.

둘째, FTA하면 수출이 는다고 했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에 이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수출이 급전직하 감소하고 있다. 1950년대 이후 초유의 일이다. 심지어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를 기록 곧 성장을 갉아먹는 지경이 되었다.

셋째, 더 황당한 일은 체결 후 몇 년 대미수출이 늘었지만, 그 내역을 뜯어보니 이른바 FTA 수혜 품목이 아니라 비수혜품목의 비중이 70%에 가까웠다. FTA없이도 수출하는 그런 품목 말이다. 이런 FTA 왜 했을까 묻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넷째, 서비스무역 적자는 지속증가하고 있고, 개방하면 생산성이 증대되고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증거는 도무지 보이질 않는다.

다섯째, 한-미 양국간 투자흐름을 보더라도 들어온다던 미국 돈보다 한국 돈이 더 많이 빠져 나갔다. 미국 돈은 체결 전이나 후나 대부분 주식투자 자금이다.

여섯째, 이 모든 것에도 농업 쪽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미국은 농축산업에서 최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보호주의 공세와 더불어 정부는 얼핏 이렇게 말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한-미 FTA덕분에 우리가 이익을 얼마나 냈으면 미국이 저러겠나라고 말이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물건 팔아 남긴 흑자, 곧 상품수지 흑자에 서비스무역 적자에 미국산 무기도입 등을 제하면 손에 쥐는 흑자는 고작 수십억 달러 남짓이다. 나머지 장부상 남는 200억 달러 가까운 흑자는 주로 수출대기업 곧 재벌들이 가공, 중계무역 등을 통해 챙긴 몫이다. 우리 국내의 생산, 수출, 일자리 그런 것과 무관한 것들이다. 결국 한-미 FTA, 재벌잔치에 농민만 손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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