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상황 호전에도 사과농가 한숨 여전

끝 안 보이는 가격 하락
“7년새 수입량 2~3배” 수입과일에 숨통 막혀

  • 입력 2017.04.01 23:44
  • 수정 2017.04.01 23:4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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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사과 재고상황이 전반적으로 호전됐음에도 농가는 여전히 바닥을 기는 가격에 시름하고 있다. 소비감소와 과일수입 증가 등 가격형성에 부정적 요인이 만연해 농민들은 좀체 농사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현재 주산지 농협APC의 사과재고는 많이 해소된 편이다. 경북권 농협들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 2월20일 조사 기준으로 이미 전년대비 적은 물량을 보였으며 상황이 비교적 안좋았던 충청권 농협들도 할인판매와 판촉행사 등에 힘입어 최근 지난해 재고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도매가격은 10kg당 2만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생산비를 밑도는 가격에 농가가 선뜻 출하를 하지 못하고 농가단위의 재고량이 예년보다 늘어나 있다. 재고조사가 정확히 이뤄지기 힘들뿐더러 가격이 조금만 올라도 홍수출하의 위험이 큰 상황이다.

생산량이 줄었음에도 가격이 폭락한 원인으로 산지와 전문가는 모두 소비부진·과일수입 영향을 꼽고 있다. 설 명절에 충분한 물량이 빠지지 못하고 이후 소비까지 부진해 폭락이 장기화되고 있다. 청탁금지법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견해들이다.

하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와 2014년에도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등 폭락의 빈도가 점차 잦아지고 있는 점을 보면 근본적인 원인은 수입에서 찾을 수 있다. 2009년과 2016년의 주요 과일 수입량을 비교해보면 7년 새에 바나나가 42%, 포도가 71%, 오렌지가 118%, 체리는 무려 258%나 수입이 증가했다.

수입과일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국산과일엔 폭락의 위험성이 상재돼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사과 외에도 배·딸기·토마토 등이 모두 낮은 가격을 형성해 국산과일끼리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과수농가라고 과일수입만이 문제는 아니다. 충남 예산의 사과농가 안계훈(64)씨는 “쌀 개방 이후 쌀농사가 무너지고 콩·팥부터 농산물이 도미노처럼 무너지고 있다. 그나마 소득이 좋았던 사과나 하우스도 포화상태고 이젠 심을 작목이 없다”고 푸념했다. 그는 “예전엔 한 번 가격이 떨어져도 회복될 여지가 보였는데 이젠 정말로 입맛이 쓰다”고 말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후지가격은 심각한 폭락상태였던 지난해와 약보합세를 이어 갈 전망이다. 올 가을 생산량 또한 재배면적이 늘어 이렇다 할 가격상승 요인은 없다. 사과농가의 고난은 한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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