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서 곶감농사 짓는 20대 농민 정우진씨

“풋풋한 농부들, 열정농사의 원천”
직거래 공동브랜드로 일취월장 ‘자신’

  • 입력 2017.04.01 17:02
  • 수정 2017.04.02 13:0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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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분석하고 도전하는 상주 청년농부 정우진씨가 곶감농장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혼자 상주로 왔어요. 연로하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다는 것 말고는 아무 기반도 없었다니까요.”

한국농수산대 졸업생, 감 농사 3년차, 자취생, 고향은 충북 청주. 올해 27살인 정우진씨를 설명하는 몇 가지다. 얽매이는 생활이 싫어 농사가 어떨까, 막연히 청주농고에 입학했던 정씨는 고2 때 선생님을 통해 한국농수산대를 알게 됐고 수시전형으로 과수과에 합격했다. 2학년 실습농장은 경남 진주의 단감농장. 지금 생각해보니 졸업 전의 모든 시간은 ‘비단길’이었다.

“한농대 졸업하고 지역에 가면 시·군청이나 농업기술센터와 연계가 되는 게 일반적이예요. 하지만 그것도 연고가 있거나 농사에 대해 아는 게 있어야 수월하지, 저처럼 혈혈단신으로 가면 뉘 집 아들이라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낯설어도 농사를 하려니 도움을 받으려고 찾아갔지만 기억도 안 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음료수 한 캔을 사들고 하루 한 번씩 가서 인사하고 통성명을 했다. 관공서에 들어갈 땐 언제나 음료수 한 캔이 그의 상징이 될 정도였다. 경제적 기반 없이 ‘무모함’과 ‘젊음’만 챙겨 찾아들어간 상주에서의 첫 해는 그 지역을 익히는 것으로 끝이 났다.

“상주에 온 이듬해 2014년에 후계자사업 신청해서 5,000만원을 빌렸습니다. 밭 1,000평을 구입해 그때부터 내 농사를 시작한 거죠.”

오이고추, 일명 아삭이고추가 첫 작목이다. 상주에서 생소한 오이고추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누구도 심지 않았고 수지타산이 맞아보였어요. 하우스고추 끝나고 노지고추 나오기 전, 그 어정쩡한 사이가 적기라고 본거죠.”

고추 심기엔 모두 이르다고 말렸던 4월에 한농대 졸업생 친구 농장인 강원도 정선까지 가서 고추모종을 떼 왔다. 판매성적이 아주 나쁘진 않았지만 생활비를 빼고 나니 적자였다. 그래도 한 가지 배웠다는 자신감 하나는 거뒀다고 자부했다. 다음해엔 동네 선배들과 공동농사로 참깨를 선택했다. 그것도 정우진씨가 송년회자리에서 제안을 한 작목이다.

“우연히 신문에서 농산물 그래프를 보는데 참깨가 가격변동이 가장 적더라구요. 이걸 하면 망하지는 않겠다 생각했죠.”

현재 주 작목은 곶감이다. 곶감 말리는 감타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적어 상주시농업기술센터도 가보고 감 시험장 박사님을 찾아가 감수를 받았다. ‘젊은 사람이라 다르다’는 말 한마디에 자신감을 얻어 한국농수산대 아이디어 사업에 공모했고 2,000만원의 사업비를 타 지금의 작업장에 감타래를 완성했다. 맨주먹으로 시작한 농사에 단비 같은 사업비였다. 올해 감 농사를 지으면 감타래에 3번째 감을 말리게 된다.

“제가 트럭에 한이 맺힌 사람이에요. 트럭 한 대 마련할 길이 도무지 없더라구요. 경운기로 600짝의 감을 밤을 새가면서 혼자 작업장으로 날랐어요. 답답한 게 이런 거예요. 나라에서 창업농이나 귀농귀촌이다 정책이 많은 것 같지만 막상 저 같은 사람은 지원조건이 맞지 않아요. 곶감 저장할 냉동창고 지으려고 농협을 가도 대상 부지가 근저당 설정이 돼 있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때 25살이었는데, 자기 땅 갖고 저당 없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한농대를 나왔다고 귀농귀촌 대상에도 끼지 못했던 그는 기반 없이 농사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한 해 한 해 나이테처럼 새겼다.

“지자체도 농사 힘들다 하는 사람은 반기지 않는다”면서 “그런데 저처럼 여기서 살면서 소비하고 농사짓고 일가를 이룰 사람들이 진짜 신경 써야 하는 귀농인 아닌가요?” 되물었다.

맨땅 맨주먹으로 시작한 고된 농사지만, 농업에 대한 비전을 얘기할 땐 목소리에 힘이 돋는다. “농장입구에 ‘풋풋한 농부들’이란 간판 보셨죠? ‘들’은 복수잖아요. 농수산대 친구들과 공동브랜드를 만들었어요. 학교 때부터 농산물 유통 문제를 고민하다 직거래에 관심을 갖고 구상한 거예요. 곶감 빚는 우진이, 곤드레 꺾는 상봉이, 사과 따는 동렬이, 귤 따는 동탁이. 올해는 지역축제도 더 많이 찾아다니면서 직거래망을 넓히려구요.”

통상적인 홍보도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혹여 올 겨울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반팔을 입고 낱개 포장한 곶감을 나눠주는 청년이 있거든, 그가 ‘곶감 빚는 우진이’ 아닌가 눈여겨 봐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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