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순살 치킨을 떠나보내며

  • 입력 2017.03.31 14:41
  • 수정 2017.03.31 14:43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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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얼마 전 맛있는 먹거리를 또 하나 잃었다. 진지하게 자세 잡고 앉지 않아도 젓가락 한 짝만으로 야구 보며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순살 치킨 얘기다. 지난달, 순살 치킨에 주로 쓰이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제조과정에 심각한 불법 행위가 있었음이 밝혀져 치킨공화국은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자주 먹였을 부모들은 말문이 막혔을 터다.

개인적으로는 순살 치킨을 잃었지만, 입장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바로 하루 뒤 우리나라에 수입된 닭고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혀져 유통이 재개됐고, 이에 치킨 집들도 브라질산 닭고기로 만든 순살 치킨을 계속 팔고 있기에 소비자가 원한다면 사먹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여러 가지 사정을 들여다보면 더 이상 순살 치킨을 믿고 사먹을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적발된 21개 작업장에서 한국에 보낸 물량이 없다는 게 브라질 정부의 주장이지만, 적발되지 않은 나머지 수많은 작업장에서 검사 이전에 같은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보장하기 힘들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이미 최근 10년 새 2차례나 화학물질이 검출돼 일부 수입이 중단된 바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기회를 주지 말아야하는 이유가 충분한데도, 조국은 국민의 먹거리 안전보다는 닭고기 값에 더 신경 쓰는 모습을 보여 역시나 (아래쪽으로) 엄지를 세우게 만들었다.

그럼 브라질산을 안 쓴다는 이들의 순살 치킨을 먹으면 될까? 문제가 터지자마자 미국산으로 원산지를 병기하다 실제로는 브라질산만 사용한 치킨집이 적발된다. 유명 편의점 브랜드가 닭고기 도시락의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기해 오다 문제가 불거지자 브라질산으로 바꿔서 판매를 계속하는 일도 일어난다. 이쯤 되면 국내산을 쓴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바로 호구가 아닐지.

일본산 농수산물이 분명 어디에선가 국산으로 팔리고 있을 거란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불안 요소다. 상인들 전체의 양심에 기댈 수 없다면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품목의 수입 일체를 금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조치다. 안 먹겠다는 사람이 모르고 먹는 피해는 도대체 언제쯤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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