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500일과 적폐청산

  • 입력 2017.03.31 14:01
  • 수정 2017.03.31 14:0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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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지 500일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 큰 변화가 있었다. 백남기 농민과 민중총궐기로부터 피어난 강렬한 불씨가 전봉준투쟁단과 국민 촛불항쟁으로 들불처럼 일어나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쾌거를 이루었다. 민주항쟁의 성과를 이룬 국민들은 이제 촛불정신을 계승하는 새로운 변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은 적폐청산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농민들이 바라는 적폐청산의 첫 번째 과제는 고인의 사망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경찰의 살인적인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지 500일이 지났지만 지금도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없고, 물대포에 맞아 사망했는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책임자로 지목되어 형사고발된 7명에 대해서는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경찰이 강제부검을 시도할 수 있도록 그 명분을 제공한 서울대병원과 의료책임자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회가 나서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하도록 요구한 특검법은 6개월째 계류중인 상태로 잠자고 있다.

지난달 27일 농민들은 “강신명을 비롯한 경찰 책임자들이 처벌 될 때까지, 서창석·백선하 등 의료인으로서의 책임을 져버린 정치의사들이 그 대가를 치를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국민의 힘에 탄핵당한 박근혜정권이 저지른 적폐를 청산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의 철폐가 두 번째 적폐청산 과제이다. 고인은 아스팔트 위에서 쌀값 보장과 농민 생존권을 애타게 외치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그날 고인을 그 자리에 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가장 큰 책임이 정부의 농정실패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촛불항쟁의 주역으로 나섰던 전봉준투쟁단과 농민들은 한 목소리로 개방농정을 철폐하라고 외쳤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야말로 농민에겐 수십 년 묵은 적폐 그 자체이다. 농업·농촌·농민을 몰락으로 이끈 원흉이다. 고인을 사망으로 이끈 잘못된 농정을 철폐하고 그 대신 쌀값 보장을 비롯하여 식량주권과 다원적 기능 그리고 농민의 생존권이 보장되는 새로운 농정으로 농업혁명을 이루는 것이 적폐청산 요구에 담긴 농민의 가장 큰 숙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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