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농사지은 양파 잘 자라는 걸 보며 보람 느껴

경기도 군포 새내기 농민 강영석씨
“공무원들, 적극적으로 농민 지원에 나서줬으면”
“차라리 야근을 하라면 하겠는데 새벽 일찍 일어나는 건 너무 힘들었다.”

  • 입력 2017.03.31 13:34
  • 수정 2017.03.31 13:5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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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경기도 군포시에서 오이, 토마토 등의 농사를 짓는 강영석(46)씨. 농사 시작하고 가장 힘든 점이 뭐였냐고 물으니 나온 대답이다. 20년 정도 서울 충무로에서 출판업 직종에 종사하다, 지난 2015년 5월 그만두고 귀농했다. 직접적 계기는 어머니의 몸이 편찮아서였다. 그나마 부모님이 옛날부터 농사를 지어왔기에 어느 정도는 관련 내용을 습득 받을 수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사실상 모든 게 새로웠다.

“그 동안 직장생활에 몰두했기에 농사를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었다. 주말에 약간씩 일손을 거들어드렸을 뿐이다. 그래서 직장 그만두고 농사 시작할 땐 뭐가 뭔지 거의 몰랐다. 처음엔 ‘직장을 괜히 그만뒀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끔 직장 동료들 보면 꼭 이렇게 얘기한다. ‘직장 다닐 때 잘 다녀라’고(웃음).”

 

강씨는 지난해 화성시의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1년 과정의 스마트농업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 교육은 직접적으로 농사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이 아닌, 농사를 기본적으로 많이 일궈놓은 사람들의 판매·홍보 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이었다. 강씨는 “직접적인 농업기술 교육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홍보 측면에선 많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씨가 재배하는 토마토, 오이 등의 농산물은 50%가 학교급식에 들어가고, 나머지 50%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홍보 중이다. “처음엔 페이스북도 잘 몰랐다”는 강씨는, 페이스북 홍보 내용을 보고 사람들이 농장을 찾자 신기했다고 한다.

다만 홍보와는 별개로 농업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는 건 더 어려웠다. “기술은 군포·안산 농민 분들을 찾아다니며 여쭤보는 식으로 배웠다. 우리도 친환경농사를 짓다 보니, 그 동안 부모님께서 지어오신 관행농사와는 다른, 새로운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그걸 체계적으로 배울 공간을 행정단위에선 찾기 힘들다.”

심지어 강씨가 사는 군포엔 농업기술센터 자체가 없다. 농업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려면 화성시의 경기도 농업기술원까지 가야 한다. 타 시·군의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 관련 기술을 배울 순 없다. 오직 그 지역 거주민들만 등록 자격이 있을 뿐이다.

관련 교육을 받았으니 홍보·판로 개척이 쉬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홍보를 통해 직거래하러 오는 사람들은 전체 거래 대상 중 극히 일부이며, 도매시장에 내놓자니 단가도 매우 낮고 경쟁도 치열하다. 강씨는 그래서 도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농사 체험교육’ 실시를 고민했다.

 

“처음에 군포·안산·의왕 등 인근 지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까지 총 100여 곳에 홍보를 했지만, 단 한 군데에서도 응답이 안 와 낙심하기도 했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체험교육 모집 프로그램이 있어 신청했는데, 경쟁률이 입시 경쟁 수준인 4:1까지 올라 떨어졌다. 그래도 끈질긴 노력 끝에 지금은 일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체험교육 차 방문한다. 우리 집에선 소도 키우는데, 아이들은 다른 것보다 소 여물 주는 걸 그렇게 좋아한다.”

출판업을 그만두고 귀농한 강영석씨가 지난달 29일 경기도 군포시 수리산농원의 양파밭에서 풀을 매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사 갓 시작한 뒤 몸이 엄청나게 힘들고 피곤했던 건 당연한 수순. 일찍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고,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우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일하는 것도 힘들었다.

“800평 경지에 양파를 심었는데, 그곳에 양파 씨앗을 심는 모든 작업을 수작업으로 했다. 새로 만든 하우스에 비닐을 씌우는 일도 수작업으로 해야 했다. 한 대당 2,000만원 하는 양파 파종기계를 사거나, 하우스에 비닐 씌우는 작업을 도와주는 인력을 고용한다면 몸이 좀 더 편했겠지만, 그 정도로 자금이 충분치 않다. 그래서 모든 일을 부모님과 함께 직접 했는데, 부모님께선 연세도 지긋하시고 몸도 편찮으시니 내가 더 해야 할 수밖에. 하루 종일 쪼그려 앉아 일일이 양파 씨를 심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몸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그래도 지금 양파가 잘 자라고 있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

 

기술적으로 부족한 걸 알기 때문에, 강씨는 매일 농사일지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 새롭게 알게 된 점 등을 기록한다. 새로 농사짓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에 비례하여 농업기술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길 강씨는 염원했다.

“기술 및 금전적 지원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어제도 직불금 지원 문제로 군포시청에 갔다왔는데, 지원사업이 없냐고 물어보면 없다는 대답뿐이다. 엄밀히는 없는 게 아니라 있음에도 도시 지역이라 그것을 요구할 만한 농민이 많지 않으니,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다. 심지어 어떤 동료 농민은 공무원에게 ‘타 지역엔 농민들 대상으로 이런 지원도 한다더라’고 하니 그 공무원이 ‘그럼 그 지역 가서 농사지어라’고 했단다. 공무원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농민 지원에 나서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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