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퍼도 시작이 반이다

  • 입력 2017.03.31 13:28
  • 수정 2017.03.31 13:34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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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여전히 귀농·귀촌은 도시민들이 꿈꾸는 삶의 선택지 중 하나다. 농업 위기를 일컫는 시대에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용기를 낸 귀농인들의 선택은 그래서 더욱 박수받아 마땅하다. 지난달 28일 충남 논산시 연무읍에 위치한 논산친환경농업인연합회의 협업농장에서 귀농 10년차인 이동명(맨 왼쪽)씨와 ‘초보농사꾼'인 김준씨가 여성농민들이 수확한 상추를 하우스 밖으로 옮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남 무안군으로 귀농해 1년 전부터 양파 농사를 준비 중인 주근한(38)씨. 청주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무안으로 가족들과 내려왔다. 첫째 아들 아토피 피부병 치유 목적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농사지으며 새 삶을 살고 싶었다. “청주에서 지내는 동안 직장생활과 도시 속 사람관계에 치여 사느라 지치기도 했다.”

주씨처럼 오랫동안 도시에서 생활하다 귀농해, 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 농식품부)와 통계청(청장 유경준)이 2015년 공동 발표한 ‘귀농·귀촌인 통계’ 자료는, 2010년 4,067가구에 그치던 귀농·귀촌 가구 수가 2014년 4만4,586가구로 늘어난 사실을 보여준다. 그 뒤의 귀농·귀촌 인구는 현재 진행 중인 인구통계조사 결과가 먼저 나와야 해서 아직은 파악 불가이나, 귀농·귀촌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확실하다.

 

귀농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익숙했던 도시 생활을 내려놓고, 시골로 가 농사를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귀농운동본부(상임대표 차흥도) 윤성은 교육팀장은 귀농·귀촌 인구의 연령층이 상당히 다양해졌다고 밝혔다. 윤 팀장은 “예전의 귀농자는 대부분 정년퇴직한 50~60대의 고연령층이 대부분이었다. 은퇴한 뒤 새로운 삶을 농촌에서 시작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연령층이 다양해져, 예전보다 30~40대 귀농·귀촌자가 늘어났다. 드물긴 하나 20대 귀촌자도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다. 40대 이하 젊은 층의 귀농 요인에 대해, 윤 팀장은 “30~40대는 도시의 직장생활 속에서 느끼는 피로감과 권태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농촌에서 자신이 하고픈 일을 하며 자연 속에서 사는 걸 꿈꾸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말했다.

하지만 귀농한 뒤에도 넘어야 할 난관은 많다. 당장 농사 기술을 익히는 것부터 어렵다. 농사짓는 과정에서 새롭게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첫 농사라 실수도 있을 수밖에 없다. 힘겹게 생산해낸 농산물을 판로가 없어 그대로 창고에 묵히는 상황마저 발생한다.

 

농사기술 교육의 경우, 전국 대부분의 시·군마다 농업기술센터가 설립돼 있어 신규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교육들을 진행 중이다. 물론 센터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당장 ‘프로농사꾼’이 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이론교육 및 우수농가 사례 발표, 현장 견학 위주로 이뤄진다. 실습교육도 진행되나 전체 교육에서의 비중은 낮다.

주씨는 이미 광주전남귀농학교에서 귀농 뒤 정착생활을 하는 데 대한 교육을 받았다. 최근에 무안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신규농민 관련 교육을 파악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귀농학교에서 배웠던 교육과 중복됐다. 그나마 실습 위주인 ‘2017년 신규농업인 현장실습교육’의 선발 대상자 수는 단 3명. 지역별 귀농인구가 많지 않다고 해도 턱없이 적다.

 

이런 각종 어려움에도, 그들의 농사는 시작됐다. 아직 많이 어설프고, 기술 습득에 어려움도 있지만, 이미 시작됐다. ‘시작이 반’이란 격언도 있듯이, 농사를 시작한 그 자체가 위대하다. 주씨는 귀농한 데 대해 후회는 없냐고 물으니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 땅에서 농민으로서 걸어야 할 길이 평탄치만은 않겠지만, 그 길을 혼자 가지 않고 뜻이 맞는 또 다른 새내기 농민들, 그리고 선배 농민들과 함께 걷는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프로농사꾼’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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