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 쓰러진 농민, 가해자는 여전히 ‘오리무중'

고 백남기 농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500일
투쟁본부,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 집시법 개정 청원운동 시작

  • 입력 2017.03.27 14:43
  • 수정 2017.03.31 14:47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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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7일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정현찬 백남기 투쟁본부 공동대표가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쌀값 보장, 식량주권 사수를 외치던 한 농민이 경찰의 직사 살수 물대포에 쓰러진 지난 2015년 11월 14일로부터 어느덧 500일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의 책임 있는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지난달 27일 광화문 광장에서 백남기 농민에게 행해진 국가폭력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500일이 되도록 ‘죽은’ 사람만 있고 ‘죽인’ 사람은 없다. ‘죽인’ 사람을 처벌하라는 요구에도 답이 없다”며 “우리는 더 이상 죽지 않기 위해,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다시 행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유가족의 법률지원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아람 변호사는 “검찰은 수사 의지가 전혀 없고, 경찰은 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에 협조하지 않아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백남기 농민을 사망에 이르게 했던 물대포 직사 살수와 그것을 가능케 한 규정에 대해 지난 2015년 12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바 있다”며 “(헌법재판소는)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처리 때문에 미룬 심리를 조속히 진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부터 국가폭력의 근거가 된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 집무집행법 개정을 위한 ‘광장을 열자! 백남기를 기억하자!’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촛불집회의 과정 속에서, 국민들은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자비한 국가 폭력과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법 개정을 위한 청원 운동을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청와대·국회 앞 등 절대적 집회 금지장소 규정을 삭제하고,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차벽의 설치를 금지하며,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물대포의 사용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교수는 “대통령이 잘못하면 청와대 앞에서 시위할 수 있어야하고, 국회가 잘못하면 국회 앞에서 시위할 수 있어야한다”며 “선진국 어느 나라에도 이런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27일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고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 씨는 “촛불의 힘으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세월호도 올라왔으니 살인무기 물대포를 추방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며 “(아버지의) 사망진단서 조작을 넘어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서울대병원에도 응당한 처벌이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미 오래 기다렸다.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이날부터 백도라지씨와 가톨릭농민회 정현찬 회장을 첫 주자로 한달 동안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수사를 촉구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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