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교육? 작은학교에선 딴 세상 얘기

“아이들 얻는 것 생각하면 경제논리 의미 없어”

  • 입력 2017.03.26 11:44
  • 수정 2017.03.26 11:46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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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작은학교는 교육면에서도 모든 학생이 배제되지 않고 관심 속에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적어도 작은학교에서는 ‘공교육이 무너진다’는 말은 딴 세상 얘기다.

강원도 횡성군 청일중학교는 학생 수가 1학년 4명, 2학년 5명, 3학년 2명의 초미니학교다. 채종한(16, 청일중3)군의 어머니인 도희경(49)씨는 “작은학교를 다니면 아이가 많은 도움과 선생님의 관심 속에서 자라게 된다”라며 “학교는 공부도 좋지만 우선 인간이 돼야 하는 곳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도 역시 작은학교로 아들을 보냈던 도씨는 “집이 횡성읍이어서 횡성중학교로 진학하려 했는데 주위의 추천으로 청일중학교로 보냈다”고 전했다. 통학거리가 멀지만 자랄수록 마음가짐이 넓어지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더 크다.

부모로서 자녀의 공부욕심이 없을 수는 없다. 도씨는 “3학년이 2명이니 못하면 전교2등, 잘하면 1등 아니냐”라며 “읍내 학교에 오면 중간 수준은 되지 않을까 짐작한다”고 말했다. 기숙형학교 얘기를 꺼내자 “절대 반대다”라고 손사레를 하며 “작은학교를 유지하면 돈이 들 수도 있겠지만 무서운 물질만능 세상에서 인간답게 아이들이 커갈 수 있는 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강원도 횡성의 작은학교인 청일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양재훈 수학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권오숙 청일중 교장은 부임 첫 날 한 학생이 교장실을 찾은 얘기를 먼저 꺼냈다. 권 교장은 “그 학생이 ‘축하합니다’하고 인사를 하는데 큰 학교에선 겪기 힘든 감동을 느꼈다”라며 “다들 인사를 그렇게 밝게 할 수가 없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 날 이후 어떻게하면 아이들에게 즐겁고 좋은 하루를 만들까에 중점을 두다보니 내 마음도 편안해 지더라”고 덧붙였다.

교사가 학생의 수준에 맞는 개별학습이 가능하다보니 뒤처지는 학생이 없는 것도 청일중의 자랑이다. 학생 수준에 맞추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다름은 차별의 근거가 아닌 존중의 이유가 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알아간다.

권 교장은 “교직원이 12명이니 경제논리로 보면 손실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가는 걸 생각하면 경제성을 따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갑자기 아이들을 읍내 중학교로 옮기면 여러 문제로 자신감과 정서적 여유를 잃을 수 있다. 그 부분이 훨씬 더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청일중 학생들은 지역에서 자신들의 얼굴이 곧 교복이고 명찰이다. 여유 속에서도 태도에 예의바름이 배어나오는 이유일 터다. 교육부는 이것이 왜 교육이 아닌지 이유를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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