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봄날 걱정

  • 입력 2017.03.26 10:59
  • 수정 2017.03.26 11:02
  • 기자명 방극완(전북 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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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완(전북 남원)]

방극완(전북 남원)

“봄과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가위 바위 보를 하는데

봄은 술래가 되고 동물들은 찾아 나선다

나무에는 기린이 땅속에는 두더지가

물속에는 개구리가 굴속에는 뭐가 있나

커다란 호랑이가 굴속에서 다가오는데

걸음아 나 살려라 겨울이 도망갑니다”

- 동요 술래가 된 봄 -

 

아들놈이 자주 흥얼거리며 부르는 동요가사다. 오늘 세혁이가 “봄이 달려오는 것 같아요” 하고 깜짝 놀랐다며 단톡방에 올렸던 며칠 전 일이 생각난다. 봄이 제대로 오긴 왔나보다. 밭에 거름도 내고 논을 갈기도 하고 조용했던 시골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오는 활기가 넘친다.

한 달 전만 해도 점심시간이면 마을회관에 많게는 스무명 넘게도 모였었는데 이제는 열명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바쁜 철이 오긴 왔다.

친구놈 하우스에서 밥 먹으러 오란다. 농협 다니던 놈이 딸기농사 짓겠다며 7동 하우스농사를 하는 깨복쟁이 친구놈이다.

“별로 재미가 없다. 작년만도 못 하네. 작년도 가격이 좋은 건 아니었는데.”

“딸기 끝나면 뭐 들어갈 거냐?”

“생각 중이여. 오이를 들어갈지 그냥 쉬었다가 딸기만 할지 모르겄다.”

항상 봄이 오면 시골에는 고민이 넘쳐난다. 작물을 어떤 걸 심을지와 ‘과수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약제나 영양제가 좋은지’ 그리고 살포시기가 언제가 좋은지 늘 고민이다.

계획을 세우기는 하나 언제나 변경 가능한 계획들이다.

 

점심 때 밥 먹으면서 뉴스에 모 당의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모든 채널을 장악해 버렸다. 다들 자신이 우량 종자라고 떠들어댄다.

아무리 좋은 우량종자라도 밭이 엉망이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죽고 만다. 밭이 살아나면 어떤 작물을 심어도 기본은 한다.

우리 정치도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는 당연히 중요한 문제지만 농부들은 알고 있다. 일단은 땅을 갈아 엎어야 한다는 것을.

지난해 나쁜 균들과 잡초들이 올해는 활개치지 못하게 최소한의 예방을 한다. 그리곤 멀칭을 하고 2차 방어막을 설치한다. 그리곤 거름의 왕 농부의 ‘발걸음’으로 작물들이 잘 자라는지 항상 신경 쓰고 관심 가져야 그나마 기본 이상은 한다.

 

정치의 봄이 오려면 일단 썩어빠진 것들을 아주 깊게 갈아엎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만 주말이면 꽃 피는 봄이 오면 가족들 손잡고 하루 정도는 꽃놀이 가도 광화문에 있는 누군가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뭐 심을라고 벌써부터 부지런떨어요?”

“몰러 아직 결정 안했는디. 그래도 준비는 해 놔야 안겄는가. 작년에 비닐을 잘못 씌워서 겁나게 고생해 부렀응게.”

과수원 옆 밭에서 밭을 가는 어르신의 말이 이번 봄을 맞는 우리들 마음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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