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22] 내가 다 하는 것일까

  • 입력 2017.03.25 14:14
  • 수정 2017.03.29 10:2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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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 때쯤엔 과원을 조성하느라 매우 바빴던 것 같다. 나무 심을 땅을 가로 세로 깊이 1m 정도 파고 퇴비를 넣어 흙과 잘 섞은 다음 그 위에 다시 흙을 덮어 퇴비에 뿌리가 닿지 않도록 묘목을 심고 접목부문의 약 5cm 정도가 흙 위에 나오도록 다시 흙을 덮은 다음 물을 10리터씩 부어 주었다. 그리고 어린 묘목이 활착할 때까지는 부직포를 덮어 주었다.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지난 한 해동안 가끔은 자닮유황과 자닮오일, 백두옹 뿌리를 삶아 만든 살충제로 방제도 해 주었고, 4종 복합비료와 해초추출물, 그리고 미생물 등을 관주해 주며 정성을 쏟았다. 늦가을에는 흙살이라는 고급유기질퇴비를 농협에서 구입해 나무 주위에 한그루에 3분의 2포씩 부어주었다. 겨우 내내 영양이 흙속으로 내려가 내년에도 잘 자라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보충해 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회초리 같았던 묘목은 1년 만에 지게 작대기만큼 굵어 졌다.

이제 3월 중하순의 봄날이 됐다. 2년차에 접어든 알프스 오토메는 몸은 지난해 보다 굵어졌으나 전지 정지 작업으로 나무는 다시 앙상해졌다. 내년부터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하여 금년까지는 열매보다는 나무 자체를 더 키우고 튼튼하게 하기 위하여 전지 정지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4월이 되면 꽃도 피고 이파리도 멋지게 자라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요즘엔 농장내 50여평의 땅에 내년에 심을 새품종 루비에스라는 사과나무를 추가로 심기위해 준비하고 있다. 루비에스라는 사과 신품종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신품종으로 야구공 정도 크기의 소과이고 친환경 재배가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 하여 묘목을 신청해 놓았다. 가을에나 공급된다기에 기다릴 작정이다.

과수원의 가장자리에는 10여 그루 정도의 과수나무를 심기 위해 삽으로 직접 구덩이를 팠다. 감나무를 종류대로 3그루, 체리 2그루, 매실 1그루, 호두나무 1그루, 후지사과나무 2그루, 배 1그루 등을 심었다. 그러니까 알프스 오토메와 루비에스는 소득작목이고 몇 그루씩 심은 과수나무는 접대용인 셈이다. 농약은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유기약제도 뿌려주고 자연의 영양소도 투입하며 최선을 다 할 것이나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길 예정이다. 2~3년 후 가을에 오시면 누구든지 따 드실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물론 벌레와 새들도 좀 잡수시겠지만….

이런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사실 인간이 농사를 위해 이런 저런 노력을 한다고 하지만 90%이상은 자연이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햇볕, 강수, 바람, 다양한 미생물, 풀, 곤충 등이 이뤄내는 놀라운 자연의 역사가 아니고서는 인간이 먹고 살 식량을 과연 얼마나 생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인간에 의해 훼손된 자연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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